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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집결과 "재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10일 새벽5시, 밤하늘의 별들은 여느때처럼 반짝였다. 낚시광들은 근로자의 날을 맞아 일찌감치 집을 나섰으며 해장국집의 손님들도 다른 날과 마찬가지였다.
9개의 행성들이 1천년만에 93도각 안으로 한자리에 모인 새벽이었으나 우려하던 재앙은 없었다.
지난 1년동안 미국·인도·일본등지에서는 행성집결에 의한 지진·전염병 창궐·폭동등 각종 예언이 난무, 해외토픽란을 장식해왔다. 특히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지역이나 일본은 거의 공포분위기(패닉)에 가까울 정도로 상황이 고조됐었다.
심지어 중공은 지난 7일 국민들의 두려움을 달래기위해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중공 당기관지 인민일보는 과학자를 동원, 『천체현상과 지진등 재앙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국민들을 설득했다.
천체현상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이런 세계적인 떠들썩함이 오히려 알수없다는 보이고 있다. 학자들은 태양계 전체질량을 1백이라 할때 태양의 질량이 99·87%여서 나머지 행성들이 직렬로 늘어서도 인력은 극히 미미하다고 주장한다. 9개의 행성이 일직선으로 모여봤자 태양과 달의 영향의 0·004%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인력으로 지표는 0·008mm상승하는데 보통 조석작용으로 대륙이 최대 3백mm씩 오르내리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 힘이 미미하다는 것을 알만하다. 사실 이번 세계적인 재앙예고는 점성술사·예언가등의 맹랑한 주장과 잠재적으로 신비한 것(미신)을 좋아하는 인간심성이 결합된 것이라고 볼수 있다.
우주의 질서가 얼마나 완벽한지를 이해한다면 행성집결이 단지 아름다운 별을 관측하고 오랜만에 별자리를 찾아보는 기회정도라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된다.
태양계가 생긴 것은 약46억년전으로 추정되므로 지금의 태양계는 이미 교통정리가 완전히이뤄진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즉 태양계의 질서를 깨는-운동법칙을 지키지 않는-모든 운동물질은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행성들이 원형궤도를 똑같은 방향으로 거의 동일하게 돌고 있는 것이 이를 대변한다.
좀더 시야를 넓혀본다면 태양계는 1조개의 별이 모인 은하계의 한 점을 차지하고 있는데우주에는 이만한 은하들이 1천억개는 있다. 이런 별들이 나름대로의 질서와 법칙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주질서의 변화는 시간·공간적으로 인간활동의 차원을 벗어난다고 생각하면 틀림없다. <장재열과학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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