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내무반 상황은] 폭발음에 상병들 "비상 … 침착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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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 하는 폭음과 동시에 파편이 튀었다."

경기도 연천군 중면 530 GP의 참극은 젊은 병사들이 모여 축구를 본 뒤 시작됐다. 19일 오전 1시까지 장병 19명이 한국-브라질 축구를 봤다. 일부는 TV 시청 뒤 감자를 쪄먹었다. 1시간30여분 뒤, 26명이 잠든 어두운 내무반에 수류탄이 터졌다."폭음에 잠이 깼는데 '불 켜'란 고함이 들렸다. 긴급 상황이라 생각해 총을 잡는데 총소리와 함께 왼발에 통증이 느껴졌다."(박모 일병) "'비상''침착해'란 고함이 뒤섞여 들렸다."(정모 상병)

군 수사본부가 23일 발표한 수사 결과다.

윤종성(대령) 수사본부장은 "상병들이 폭발음에 일어나 반사적으로 '침착''비상'이라고 외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5명은 내무반 옆의 부GP장실로 숨었다. 12명은 침상에 엎드렸다. "그러나 차유철 상병을 비롯한 2~3명이 출입문 쪽으로 뛰어나갔다. 그때 총소리와 함께 차 상병이 쓰러졌다."(김모 일병)

박의원 상병이 왜 머리를 복도로 향하는 평상시 취침 위치와는 달리 관물대를 향한 채 사망했는지는 아직 조사가 더 필요하다. 박 상병은 배에 수류탄을 맞았다. 군 관계자는 "박 상병이 수류탄 위력을 50~60% 흡수했다"고 밝혔다. 박 상병으로 인해 피해가 줄었다는 의미다. 일부 유족은 "박 상병이 동료를 보호하려고 수류탄을 몸으로 덮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폭음과 총성 직후 후임 GP장 이모 중위는 상황실을 뛰쳐나왔다. 그는 어둠 속에서 자신을 쏘는 '얼룩무늬 군복(아군복)'을 봤다. 오전 2시36분 '적 침투'라고 연대 지휘통제실에 보고한 후 그가 내무반에 왔을 땐 5~6명이 침상에 쓰러져 신음하고 있었다. 그는 응급처치를 한 뒤 전 소대원에게 무장을 지시했다.

김 일병은 1주일 전인 13일 범행을 결심했다. 19일 초소 경계를 서면서 '지금 모두 자고 있으니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는 모든 부대원을 살해한 뒤 GP를 폭파하고, 민통선 남쪽으로 도주해 은둔할 생각이었다고 수사팀은 밝혔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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