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장관급 회담 12개항 합의] 북, 6자회담에 한발 더 다가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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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차 남북 장관급 회담은 북핵 6자회담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 회담을 통해 6자회담 재개의 문턱을 향해 한 발짝 더 다가섰다는 게 당국자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고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해 가기로 합의한 점이 주목을 끌고 있다. 더욱이 이날 회견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권호웅 북측 단장 모두 '실질적'이란 단어를 유독 힘줘 말했다. 이에 대해 김천식 남측 대표단 대변인은 "6자회담이 재개돼 관련 사항들이 협의되고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핵 폐기 등 실질적 조치를 취해 나가자는 합의로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록 회담 재개와 순조로운 진행이란 전제가 붙긴 했지만 '핵 폐기'라는 단어가 공식 브리핑을 통해 거론됐다는 것만 해도 상당한 진전이다.

이제 관심은 북한이 7월 중 6자회담에 복귀할 것이냐에 모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 정부와 회담 참가국들의 최근 반응이다. 정부는 7월 개최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도 22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란 국가의 특수한 성격상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발언은 거의 절대적이고 최종적"이라며 "비록 조건이 붙긴 했지만 한국 정부는 '7월 회담에 복귀할 용의가 있다'는 그의 발언을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6.17 면담 내용 중 아직 공개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에 주목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6자회담 복귀와 관련해 뭔가 확실한 언질을 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단순한 희망사항, 그 이상의 가능성을 얘기하는 것"이란 한 당국자의 전언도 있다.

때마침 중국과 일본에서도 잇따라 긍정적 메시지가 흘러나오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회담에 곧 복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도 같은 날 "북한은 6자회담 재개를 원하고 있다"며 "이르면 7월 중 새로운 6자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23일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조만간 방북할 것"이란 외신 보도도 나왔다. 후 주석의 방북은 북한의 회담 복귀가 전제돼야 성사 가능하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의도'를 둘러싼 관련국들의 의혹과 논란은 여전하다. 미 국무부도 "구체적인 날짜가 나오기 전에는 그 어떠한 말의 성찬도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회담 재개를 둘러싼 더 이상의 줄다리기는 되레 역효과만 낳게 될 것"이라며 "이쯤 해서 일단 회담장에 나온 뒤 본격 협상에 임하는 게 순리"라고 지적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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