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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리씨「사반의 십자가」개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소설가 김동리씨가 자선의 대표작중의 하나인『사반의 십자가』를 개작했다.
지난2일 집필을 끝내고 출판사(홍성사)에 넘긴 이 소설은 4월중에 출판된다.
자신의 대표작『무녀도』를 전면 개작하여『을화』라는 제목으로 내놓았던 김씨에게 이번 개작은 그의 대표작에 대한 두 번째 손질이 된다.
김씨는 이 작업을 4개월간에 걸쳐 하면서 55년「현대문학」지에 연재하고 58년 단행본으로 내놓을 때 원고지 1천5백장 분량이던 것을 1천8백장으로 늘렸다.
『주제나 전체적인 스토리는 손대지 않았습니다. 아시다시피 스케일이 크고 복잡한 소설인데 그 당시 쓰면서 세밀하지 못 했던 부분을 보충하고, 비약이 심했던 곳에 잘 연결이 되도록 설명을 추가한 것입니다.』
그러나 원고지 3백장이라는 분량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그런 만큼 개작된 소설은 원래 작품과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소실 중 제8장 「사반의 십자가」부분이 원래 2백54장이었는데 1백66장을 더 붙여 4백20장으로 했습니다. 예수의 부활에 관한 부분입니다.』
처음작품에는『예수는 부활했다. 그러나 육신을 가지고 하느님나라에 올라갔다고 하는 것은 완고한 시다』라고 한 것을 「요셉」이란 사람을 등장시켜 깨어난 예수를 집으로 모시고 오는 것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예수의 부활을 긍정한 것은 마찬가지지만 인간적인 측면을 강조하여 해설을 달리하려는 시도다.
또 예수와 주인공 사반의 대화부분도 많이 늘리고「막달라·마리아」의 출생과 예수를 찾아가는 과정도 상세하게 했다.
작품전체로 보면 제1부「메시아를 찾는 사람들」에 35장, 제2부「도둑과 물귀신」에 25장,제6부「갈릴리와 데가볼리」에 26장, 제7부「사라지는 별들」에 26장을 추가했고 제3부「사반과 예수」, 제5부 「나바티야의 열풍」은 소폭 수정을 했다. 작품전체에 골고루 손이 미친 셈이다. 『사반의 십자가』는 2천년 전 로마의 식민상태에 있던 이스라엘에서 독립운동을 위해 싸우던 지하단체인「혁명단」의 수령「사반」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작가생활 35년만에 작품다운 작품을 썼다』고 김동리씨 자신이 자부했고, 많은 평론가들이 주목했던 우리 문단 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작품이다.
조국의 독립이라는 현세적이고 지상적인 영광을 추구하는「사반」과 영혼의 구제, 내세적 영광을 추구하는「예수」를 대립되게 등장시켜 영혼과 육체의 대극 점에 놓인 모순된 존재로서의 인간과 그 근원적인 문제를 파헤친 것이다.
『이적(이적)의 힘으로 침략자와 싸우려했던 이스라엘사람들의 모습에서 찾으려했던 것은 어느 민족이나 가지고 있는 의식의 뿌리었습니다. 우리의 경우 그것은 샤머니즘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김동리씨는 이 작품의 모티브는 일제시대의 억압에서 살아왔던 우리민족의 상황에서 얻었고 해방이후 작품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앞으로 저의 작품들에 대해 하나씩 손을 대어 보려고 합니다. 작가로서 마땅히 해야할 일이지요.』
김씨는 개작 작업과 함께 신작장편도 구상하고 있다고 밝힌다. 「샤머니즘」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2년여 동안 머리 속에서 다듬었다고 한다.
우리 고유한 정신의 뿌리로서의 샤머니즘에 현대적 각광을 주는 작업이 될 것이다.
『나이가 드니 새로운 작품을 쓰기가 어려워져요. 작품을 쓴다는 게 피를 말리는 작업인데 이제는 체력이 달리는 것 같아요.』
최근 이범선씨가 졸도했고 오유권씨 등이 병상에 있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김씨는 69세의 나이에도 왕성한 창작의욕을 가지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문단의 원로로 많은 문인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예술원회장으로 일하면서 그는 잠시도 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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