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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정기검진, 건강의 파수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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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최근 들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을 받는 수검자 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만 우리나라 국민의 10% 이상인 500만여 명이 공단에서 제공하는 건강검진을 받았다. 그러나 일부에선 공단의 건강검진이 너무 부실하다는 이유로 여전히 수검을 회피하고 있다. 공단의 일반 건강검진은 아주 기본적인 검진항목이 포함돼 있는 것이 사실이며, 기본 항목이 국민의 기본 건강 평가에 도움이 되는지가 그동안의 의문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 10여 년 동안의 건강검진 결과를 체계적으로 평가하는 연구사업을 최근 수행했다. 과거 10년 전 수검자의 콜레스테롤.혈압.혈당 등의 기록이 10년 뒤인 현재의 건강상태를 85% 이상 예측하는 것으로 확인돼 기본 검사종목이 가지는 의미가 적지 않다는 것이 밝혀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 목적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본다면 수검 대상자의 현재 건강상태를 알아보고 유질환자에 대해 조기에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과 현재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앞으로의 건강상태를 예측하는 목적이 있다고 본다. 이번 평가에서 보듯이 간단한 기본검사가 미래 본인의 질환을 정확히 예측한다면, 이보다 더 비용 효과적인 일이 어디 있겠는가? 특히 이러한 결과가 지난 10년간의 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과 질병 발생을 추적 조사한 한국인의 실제 자료라는 점에서 믿음이 가는 대목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사망 원인을 보면 4명 중 2명은 암이나 심장병으로 사망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의 사망 원인 구조가 선진국형으로 바뀌었다는 얘기다. 암이나 심장병은 소위 오랜 시간 서서히 진행되는 만성적인 질환으로서 일단 진단을 받으면 치료를 위해 막대한 비용이 요구된다. 이러한 만성질환의 진행상태나 발병 가능성을 예견하는 데 건강검진이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도움을 줄 수 있다.

모든 국민의 효율적인 건강관리를 위해서는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한 상시적인 건강체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효율이란 비용과 결과를 비교한다는 것인데, 건강검진은 조기진단을 통해 큰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효율적인 건강관리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1992년부터 99년까지 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한 건강검진 대상자 가운데 44만1166명을 무작위 추출한 뒤 건강검진 수검자와 비수검자로 분류해 2000년부터 2004년까지 각자의 입원 의료비를 분석한 결과, 정기적인 수검자가 비수검자에 비해 입원의료비가 크게는 절반 이상 적게 지출된 것이 확인됐다.

그러나 여전히 건강보험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이유는 비용 부담이 없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검진 내용의 질과 검사결과의 신뢰도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반면 대형 병원의 종합건강검진 프로그램은 서민이나 중산층에게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므로 일부 고소득층에서만 이용 가능하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제 건강검진의 중요성을 홍보하는 노력 외에 정기적인 건강검진의 접근성을 높이는 노력을 증대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건강검진의 질을 높여 검진의 신뢰성을 높임으로써 국민이 외면하지 않고 건강검진에 참여토록 독려해야 할 것이다. 또한 수검자의 검진 결과가 의료체계 내에서 반영돼 상시적인 건강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국민도 건강관리의 기본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을 빠짐없이 받도록 해야 한다. 또한 건강검진 결과를 의사와 상의해 자신에게 맞는 건강 프로그램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건강검진은 개인의 건강을 지켜주는 파수꾼이며,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효율적인 건강관리의 기본이다. 지금부터는 상식이 생활 속에서 실천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선하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