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민주화 투쟁과 철도공사 무슨 관련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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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청와대가 철도공사와 조폐공사 사장에 열린우리당 출신의 총선 낙선자들을 내정했다. 이철 전 의원과 이해성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그들이다. 두 사람 모두 17대 총선에서 부산에 출마했다가 떨어졌다. 누가 봐도 낙하산 인사다.

낙선자를 배려한 인사는 앞서도 많았다. 건설교통부 장관, 해양수산부 장관을 비롯해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 한국항공 사장, 대한지적공사 사장, 중소기업 특별위원장,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 등이 총선 또는 보선 징발에 대한 보상 차원의 인사였다.

정권 출범 당시 다면(多面)평가니, 시스템에 의한 투명인사니 하면서 인사 개혁을 이루겠다던 다짐은 어디에 숨겨 두었는지 모르겠다. 특히 철도공사 사장은 공모 절차까지 밟아 놓고 낙하산을 투하했다.

더욱 문제는 낙하산 인사를 지적한 언론에 대한 청와대의 신경질적 반응이다. 청와대 인사수석은 어제 기자간담회를 자청하곤 언론 보도에 엄중 항의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참여정부에선 낙하산 인사란 없다"고 했다. 철도공사와 조폐공사 사장 모두 적합한 기준과 절차에 따른 인사란 주장을 펼쳤다.

그는 "내부 승진이 되면 낙하산이란 말이 나오지 않고 외부에서 들어오면 낙하산이라고 보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낙하산 인사의 의미조차 모르는 듯한 발언이다. 낙하산의 기준은 안과 밖이 아니다. 전문성이 있느냐, 없느냐다. 두 사람 모두 전문성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는 철도공사엔 전문성보단 개혁성이 중요하다며 이철 내정자의 민주화 투쟁 경력을 얘기했다. 조폐공사 사장 인사에 대해선 이해성 내정자의 경제부 기자 경력을 둘러대기도 했다. 소가 웃을 일이다.

그러면서 그는 "설사 (낙선자에 대한) 배려라 해도 그것이 나쁜 게 아니다"며 "대통령이 국정철학이 같은 사람을 쓰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이 낙하산 인사다. 전문성을 배제한 채 자기 사람을 배려하는 인사가 낙하산 인사다. 청와대의 인사가 이제는 막가파식으로 나간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