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대원들이 자기에게 맞춰주길 원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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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모 일병=(눈시울을 붉히며) 김동민 일병과 동기입니다. 제가 본 동민이는 선임들을 무시하는 게 많았습니다. 실수로 혼날 때는 선임병들에게 욕하고 반항하는 모습을 더 보였습니다. 그런데 (세상에선) 선임병들의 언어 폭력으로 친구(김 일병)가 사고를 저질렀다는데…그 얘기를 듣고 눈물이 났으며 우리 모두 힘들었습니다.

▶지모 일병=(울먹이며) 제가 바로 위 고참입니다. 김동민은 성격이 소심했고, 소대에 적응하는 모습은 안 보이고 우리가 자기에게 적응해주길 원했습니다. 그래도 예전과 비교했을 때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서 이런 일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개인적 생각으론 소대 분위기가 아니라 김 일병 자신에게 문제가 있었습니다.

23일 분당의 국군 수도통합병원에서 있은 전방 GP 총기 난사 사건의 수사 결과 발표 및 기자회견장. 수사팀과 기자뿐 아니라 유족, 사건 현장에 있던 생존 동료 사병들이 모두 나왔다. 군목인 김모 목사는 "설교할 때 앞에 서면 왠지 모르게 보게 되는 병사가 김 일병이었다"며 "우울해 보이고 의기소침하고 무력해 보여 힘을 주고 싶었는데 내가 그냥 지나쳤다"고 자책했다.

한 유족은 "내 아들을 가슴에 묻고 국가에 바쳤다고 생각한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해달라"고 울먹였다. 고 차유철 상병의 누나는 "김 일병이 진술에서 '차 상병은 평소 나한테 잘해줬는데 (죽여서) 미안하다'고 했다는데 맞느냐"고 묻고, 이에 수사팀이 "그렇다"고 확인하는 순간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망연자실했다.

?"언어 폭력 김 일병에게 집중돼"=지난달 11일 530GP에 투입된 뒤 김 일병은 정모 상병으로부터 "너 때문에 짜증난다. 우리 소대를 떠나라"는 질책을 받았다. 지난달 말엔 묻는데 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새끼야. 똑바로 해"라는 등 6월 초순까지 상병 6명한테 집중적으로 욕설을 들었다. "미쳤냐""돌았냐""미친×""×새끼" 등의 욕설도 있었다고 한다. 한 선임병은 내성적인 김 일병에게 내무반에서 성적인 농담까지 가했다는 것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기자회견장에 나온 동료들 중 일부는 심리적 충격으로 몹시 흥분한 상태여서 그들의 말을 신중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 일병의 일기=김 일병은 지난 5월 11일 GP에 배치된 뒤 다른 소대원과 화합에 문제가 있었지만 부소초장인 선임하사에게 수차례 "잘해보겠다.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해 '관심사병'에서 제외됐다. 김 일병은 신병교육대에서 작성한 '나의 성장기'에 "고참이 괴롭히면 자살할 것 같다"고 적었다. 또 GP 근무 중 작성한 수양록(일기)에도 "괜히 신임(후임병)에게 욕도 못한다고 지랄했다"(6월 7일)며 자신도 후임병에게 언어 폭력을 했음을 드러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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