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게 더 싸게 "바닥 어딜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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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의 가격파괴가 계속되고 있다. 6개월 사이에 300만 원대의 노트북이 100만 원대로 떨어졌다.

그 움직임은 지난해 말 보급형 셀러론급 노트북에서 시작됐다. 최근 들어 고급형 펜티엄급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5월말부터 미국.일본 등 외산 노트북 업체들이 고급 사양의 노트북을 잇달아 110만 원대에 내놓으면서 200만~300만 원대의 고급 노트북 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국내 노트북 시장의 가격파괴를 주도하는 곳은 미국.일본. 중국 등 외국기업들이다.

지난해 11월, 한국 델이 노트북 100만 원대의 벽을 무너뜨렸다. 99만9000원(부가세 별도)짜리 셀러론 노트북 '래티튜드 D505'를 출시한 것이다. 이어 일본의 소텍컴퓨터도 90만 원대 노트북을 출시했다. 삼보컴퓨터도 발 빠르게 99만 원 (부가세를 포함)짜리 '에버라텍5500'을 선보였다.

이때의 가격파괴 제품들은 펜티엄급이 아닌 셀러론과 AMD를 사용한 저가형 노트북이었다. 삼보컴퓨터의 한 관계자는 "판매는 폭발적이었다. 출시 1달 만에 1만2000대나 판매돼 평소보다 3배 이상 팔렸다. 삼보컴퓨터 창사 25년 만에 최고의 대박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4월, 한국델은 99만 원대 노트북을 다시 20만 원이나 내려 79만 원대에 출시하기 시작했다. 부가세를 포함하면 87만 원이다. 일본 소텍컴퓨터도 89만 원대의 노트북을 내놓았다. 100만 원대 시장이 무너진 지 불과 4개월만인 80만 원대 시장이 열린 것이다.

순식간에 너무 큰 폭으로 인하된 탓에, 이때까지만 해도 더 이상의 가격파괴는 없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다. 삼성과 LG 등의 국내 업체들도 차츰 가격을 인하해 90만 원대로 거래되기 시작했다.

5월 말부터 외국 기업들의 공세가 다시 시작됐다. 이번에는 고급 사양의 시장이었다. 한국 델은 소노마급 노트북 '래티튜드 D510'을 99만9000원(부가세 별도)에 내놓았다. 소노마는 인텔의 최고급 사양의 펜티엄 모바일 플랫폼으로, 이 수준의 노트북들은 200만~300만 원대로 판매되고 있었다. 이어서 6월 중순, 소텍컴퓨터가 펜티엄급 노트북을 110만 원대에 내놓았다.

노트북 가격파괴를 일으킨 한국 델 관계자는 "평소보다 2배 이상 팔리고 있다. 그동안 국내업체들의 노트북 가격에 거품이 너무 끼어 있었다. 아직도 고가의 노트북에는 거품이 있다"고 말했다.

델과 소텍이 놓은 가격파괴의 불씨는 이달 들어 업계 전체로 번지고 있다. 셀러론급 노트북의 경우, 소텍과 델 제품이 80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고, IBM.HP.도시바 등의 외산 노트북들이 90만 원대, 삼성.LG와 같은 국산 브랜드도 90만 원대까지 하락한 상태다.

200만~300만 원대로 가격이 형성됐던 펜티엄급 노트북도 가격 인하가 잇따르고 있다. 델과 소텍의 노트북이 110만 원대, HP가 130만 원대, LG와 도시바가 140만 원대, 삼성이 160만 원대로 판매하고 있다. 델은 그러나 메모리가 512MB를 기본 장착하고 있어 256MB를 장착한 타 회사의 노트북보다 실제로는 10만 원 정도 더 저렴한 편이다.

이달 말 삼보컴퓨터는 150만 원대로 소노마를 내놓을 예정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80만 원대 셀러론 노트북은 이제 끝물이다. 사무용이나 인터넷 서핑 같은 간단한 수준이면 모르겠지만, 이젠 소노마로 시장이 넘어가고 있다. 데스크톱 수준으로 사용하려면 소노마를 구입해야 향후 2~3년은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노트북 가격파괴는 우리 나라에만 벌어지는 상황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소니와 도시바도 합류해 100만 원대의 노트북을 내놓기 시작했다. 최근 중국에서 소노마 노트북이 80만 원대로 출시됐다. PC메이커의 생산기지가 대부분 중국에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국내에도 곧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도 80만 원대 소노마 노트북이 거래될 날이 올 것이다"고 말했다.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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