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담한 제안' 구체내용] 北체제 회생 노린 승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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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북.미.중 3자회담에서 미국에 밝힌 '새롭고 대범한 제안'은 북.미간 현안의 포괄적 일괄타결로 드러나고 있다.

중국의 회담 브리핑 등을 종합해보면 북한의 제안은 미국의 우려사항인 핵 포기와 미사일 수출 중단 및 시험발사 동결과 북한의 요구사항인 체제보장, 경제제재 완화, 북.미 관계정상화를 묶어 한꺼번에 해결하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북한은 이들 현안을 단계별로 풀어나가자는 입장까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이 미사일 문제와 북.일 국교정상화 문제까지 언급한 점은 안보와 경제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는 풀이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수출을 핵 개발 만큼이나 견제해 왔고, 북.일 국교정상화 때는 북한이 1백억달러 상당의 경제지원을 받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이번 제안은 핵 보유라는 배수의 진을 치고 내놓은 승부수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그동안의 요구사항을 모두 내놓은 것은 이번 3자회담을 단순한 핵 회담이 아니라 체제 회생을 위한 회담으로 끌고가려는 의도가 없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이 제시한 요구사항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는 체제보장이다. 북한은 이와 관련해 미국의 대북 불가침 보증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소식통은 "북한은 보증 방법을 두고 조약 형태만 고집하지 않고 문서 형태도 언급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은 또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 인정과 핵선제 불사용(NSA) 보장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1993~94년 1차 핵위기 때와 지난해 10월 새 핵개발 계획이 불거진 이래 주장해 온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내용이다.

둘째는 대북 경제제재 완화다. 테러국가 지정 등에 따른 무역 제재를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미사일 수출 중단에 따른 보상과 경수로 건설 지연에 따른 에너지 보상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셋째는 북.미 관계의 정상화다. 적대 관계를 청산키로 한 2000년의 북.미 공동선언을 재확인하고 외교관계를 수립하자는 것이다. 북.미 정치.경제 관계의 정상화는 94년 제네바 합의의 핵심 조항이기도 하다.

북한이 이와 맞물려 제시한 미국측 우려 해소사항은 핵 개발 계획 폐기와 탄도미사일 수출중단.시험발사 중단이다. 핵 폐기와 관련해선 모든 개발 계획을 폐기하겠다는 방침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계획과 핵재처리를 통한 무기급 플루토늄 추출을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 전 단계에서 사찰을 받을 수도 있다는 입장도 아울러 밝혔다.

미사일과 관련해선 개발 중지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은 "개발은 자주권에 속한다"는 기존 입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측 제안에 대해 정부 내에서 "새로운 것이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그동안의 요구사항이 망라돼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측 제안은 미국측이 요구하는 선 핵폐기와는 달라 미국이 이 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본다"며 "앞으로 북.미간에 절충이 계속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영환 기자hwas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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