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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변화를 막아서 끝 … 80·81 교환 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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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32강 본선 C조 3라운드>○·박정환 9단 ●·이창호 9단

제9보(78~86)=바둑에서 최고의 기술은 무엇일까. 프로라면 예외 없이 꼽는 것이 형세판단이다. 지금 이 국면에서는 누가 유리한가. 왜 유리한가. 변화의 여지는 어느 정도인가. 그것이 형세판단이다.

집을 헤아리는 것이 아니다. 관상(觀相)하는 힘이 형세판단이다. 오늘 같으면 “좌변은 이러이러 변할 것이고 상변은 저러저러 결정될 것이다.” 그리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정확하냐. 그건 다른 문제다. 자기 자신을 이해시킬 수 있으면 족하다.

80·81 교환. 이 바둑을 검토한 기사들은 예외 없이 반응이 비슷했다. 먼저 놀랐다. “그 정도로 충분한가.” 그리곤 잠깐 돌을 들어낸 다음 ‘참고도’를 놓아봤다. 3 이후 흑a는 백b로 좌변을 지킨다.

박 9단은 ‘참고도’를 택하지 않았다. 흑이 2 대신 3에 두어 ‘이판사판’ 나올까 싶어 조심했다. 누구나 그렇다. 쉽게 지는 것보다는 망하더라도 변화를 택한다. 박 9단은 ‘더욱 유리’보다는 ‘더욱 쉬운 길’을 찾았다. 변화를 줄이는 길이 쉬운 길이다.

86에 이르러 분명해졌다. 흑이 변화를 구할 곳이 없었다. 바둑은 144수 불계였지만 실제 승부는 여기까지다. 정확한 형세판단은 이창호를 넘는 기사가 없었는데 요즘엔 박정환인가 싶다. 박 9단이 16강 본선에 올라갔다.

문용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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