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검찰·경찰 간의 낯뜨거운 비방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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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수사권 조정 논의가 국회로 옮겨가자 이를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상대방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가 하면 세(勢) 대결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국가기관 간에 벌어지고 있다.

법무부는 국회 법사위 의원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식민지 수탈의 도구''경찰 파쇼'라는 표현을 써 가며 경찰의 아픈 과거를 들춰냈다. 법무부 측은 "수사권 지휘의 역사적 성격에 관한 보조자료를 보내면서 제헌 의원이 국회에서 한 발언 내용을 인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의 경찰을 비방할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문제가 있다. 수사권 조정의 상대는 현재의 경찰이지 일제시대의 경찰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비난에 관해선 경찰도 자유롭지 못한 처지다. 얼마 전 '독도는 우리 땅'이란 노래를 개사해 검찰을 '무소불위 독재자 권력의 고향'이라고 비난했던 게 경찰이다. 경찰 지휘부까지 나서 우리나라를 검찰 독재국가라고 지칭하며 "검찰은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고 책임은 경찰에 전가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래놓고선 이제 와서 법무부 보고서의 표현을 문제 삼고 있다.

수사권 조정의 장단점이나 필요성 등을 국민과 의원들에게 충분히 알리는 것이야 검.경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국민이든 의원이든 그래야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객관적인 판단 자료 제공보다는 서로가 상대방 비난에 치중하고, 외부 단체들까지 여기에 가세한다면 세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어느 퇴직 경찰관들 단체가 일간지에 광고를 내 "일본 군국주의 시대의 검사 독점적 수사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검찰과 경찰은 수사권 조정에 관한 상대 깎아내리기식 비방전을 중단하라. 그런 비방전이 국민을 위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소속집단의 권력과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객관적 자료를 제시해 무엇이 국민의 편의와 인권 보호에 도움이 되는지만 납득시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