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차별하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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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한국인여행객 8명을 포함, 사망자32명을 낸 일본 뉴저팬호텔 화재사건은 사건이 난지 보름이 지나도록 보상금문제를 놓고 말썽이 끊이지 않고있다.
일본에서 이런 경우 통상 보상금은한사람당 4, 5천만엔인데 이번 호텔측에서 제시한 보상액은 2천만엔이며 그나마 미·영·일인과 한국·호해인을 차별해서 각각 다른 보상액수을 제시하고 있다는것이다.
물론 사람의 목숨이란 너무도 고귀한 것이라서 돈으로 따질수도 없고 또 따져서도 안되는 일이다.
하지만 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었을경우 사고를 낸쪽에서 퍼해당사자에 대해 응분의 보상을 하는것은 사힉적 통념으로도 당연하다.
여기서 문제는 「응분의 보상」 이 과연 어느 수준이어야 적정한 것이냐에도있으려니와 그것이 국적이나 연령, 성별에 차이를 두지않고 공정하게 지급되느냐에도 있다.
한데 뉴저팬호텔측은 사고직후 약속한 보상문제에 도시 성의를 다하는 것같지 않다. 호텔사장이 사망자합동영결식장에서 반말을 썼다해서 유족측의 심한 반발이 있었으며『사장으로부터 미안하다는 전화 한번 없었다』 해서분통을 터뜨리는 소리도 들리고있다.
더우기 자국인인 일본인을 포함해서미국·영국인과 한국·대만인에 보상금을 차등지급하려 한다는 유족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불쾌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우리는 이런 문제때문에 한일양국간의 불행했던 과거를 들출 생각은 없다. 또한 사망자가운데 저명인사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굳이 지적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피해자가 누구든 어느나라 사람이든간에 차별을 하지않고 보상을해주는것이 법적으로 보나 도의적인면에서나 호텔측이 해야할 도리라고보는 것이다.
흔히 뉴저팬호텔화재와 비교되는 서울의 대연각호텔사건 때는 보상금문제등 사후대책에 내국인보다는 외국인에 훨씬 비중을 두었음은 누구나 아는 일이 아닌가.
자기집안 사랍의 피해는 뒤로 미루더라드 내집, 내나라에 온 손님이 당한불행에 대해 민망하게 여기고 모든 성의를 다하는것이 우리의 비의이다.
그러나 우리의 이런 상식은 일본인들에겐 통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들의 뇌리에는 오직 l등국민, 2등국민의 자리만이 있었다고 볼수밖에없다. 일본인을 포함해서 미국·영국사람은 1등국민이니 더 많은 「목숨값」을 지불해야하고 한국·대만사람은 국민소득이 떨어지는 2등국민이니까 좀 덜 준들 무슨 대수냐는 생각이그 밑바탕에 깔려있었던게 아닐까.
참쟁를 낸 책임이 호텔측의 방화시설, 피난시설등 안전시실 미비와 무책임한 관리운영에 있었다는 것은 이제 명백해졌다. 사고가 난 경위야 어찌되었건 사람의 목숨을 무더기로 앗아간 책임이 있으면서 돈을 덜 내겠다고 핑계를 찾고 간지를부리는일은 한개인의 이해를 머나, 국민의 입장에서도 용납할수 없다.
호텔의 경영평편이 어떻건 그들로서 할수있는 일은 우선 피해자 보상에 최선을 다하는 일이다. 사랍의 목숨이 국적에따라 등급이 메겨질수는없다. 설혹 사망자들이 앞으로 얼마를 벌어들이느냐가 피해액 책정의 기준이 된다해도 한국측 사망자들이 외국인 사망자에 비해 차별을 받을 이유릍 발견할수 없다.
호텔측은 물론 일본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납득할만한 해결을 서둘러야할 것이다.
이린 일로해서 두국민간의 감정적괴리가 깊어지는 일은 피하는것이 바람직한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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