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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요통|사서 고생…「하이힐」(7)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80년 음력설날 설악산을 찾은 일이 있다. 그 때는 눈이 많이 온 뒤 날씨가 풀려 발이 푹푹 빠지는 상태였다. 그 때문에 눈에는 여러가지 발자국이 나있었는데 하이힐자국도 꽤나 많이 눈에 띄는게 인상적이었다. 평지에서야 혹 그럴 수도 있겠거니 했으나 산비탈을 타고 오르는 도중에도 그 하이힐 발자국들은 계속되었다.
운동화에 새끼줄로 발을 동여매고서야 걸을 정도로 미끄러운 곳이었는데 하이힐을 신고, 그것도 눈이 녹아 빙판이 된 길을 걸어갔을 생각을 하니 신기한 노릇이었다. 아마 서양사람이 보았다면 꽤나 놀랐을 것이다.
하이힐을 신고 등산했던 사람들은 틀림없이 그날 저녁부터 다리뿐만 아니라 목과 어깨, 허리가 아팠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산중턱쯤 올라가니 젊은 여자 한사람이 하이힐을 두 손에 벗어들고 맨 발로 눈 덮인 빙판을 걸어 내려오는 것이었다.
사람은 움직일 때 역학적인 원칙을 벗어나게 되면 몸 자체의 무게와 중력의 힘으로 말미암아 고장이 일어나게 된다. 신비스러울 정도로 역학적으로 설계된 인체이기 때문에 사람이 지면을 의지하여 활동하는데 가장 기초가 되는 발에 인위적으로 비합리적인 장치를 붙여놓으면 이것이 고장의 원인이 될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불과 수십㎠밖에 되지 않는 평면을 기초로 하여 적어도 수십 kg이나 되는 체중을 얹고, 1백 60, 혹은 그 이상이다 되는 키를 지탱하며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하이힐의 경우는 발뒤꿈치를 들고 발끝으로만 걷게되는 꼴이 되어서 땅에 닿는 발바닥의 면적이 훨씬 줄어들게 된다.
하이힐을 신으면 역학적으로 비합리적인 힘이 무릎·엉덩이·허리·어깨·목 등으로 확산되기 때문에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고장을 일으키게 된다.
특히 허리뼈나 근육은 몸의 균형을 잡아주면서 중력을 받아야하고 몸무게를 운반해 주는 관계로 피로하기 쉽고 심할 때에는 조직에까지 손상을 입게되어 심한 요통을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한편 중력을 받는 발은 힘이 발끝 부분에만 몰리게 되어 발가락이 구부리지게 되고 발가락과 발바닥에는 여기저기 티눈이 생기게되는 것이다.
미적인 감각에서 하이힐이 평평한 신발보다 얼마나 더 뛰어난지는 모르겠지만 옛날의 『사서 고생한다』는 얘기가 꼭 맞는다고 보겠다.
이러한 문제, 특히 요통을 일으키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나가려면 하이힐 구두는 신지 않아야 한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이상하게 외출한다면 으래 하이힐을 신고 심지어는 등산할 때조차 이것을 신고 나선다. 개다가 우리나라 고유의 고무신에도 하이힐 모양으로 뒤축을 높게 만들어 신는다.
가죽구두는 딱딱한 맛이나 있어 발을 그런대로 보호해주지만 물렁거리는 고무신의 뒤축이 높은 것은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이러한 고무신 제조는 법으로라도 금지시키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주정빈<주정빈 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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