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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석유사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세계석유정세의 안정상태가 81년 이후 계속되고있다.
원유의 공급과잉으로 표준원유인 아라비안 라이트의 현물시장가격이 배럴당 34달러의 통일가격을 깨고 30달러이하로 떨어지고 있다.
작년10월말 OPEC(석유수출국기구)가 가격동결을 결정한 이후, 공급과잉이 지속되어 세계석유시장에 변화가 일고있는 것이다.
이러한 석유안정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금년중의 큰 변화, 다시 말해 가격인상현상은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물시장가격이 30달러를 밑돌도록 가격이 하락하고있는 원인은 공급과 수요측면에서 다같이 생기고 있다. 공급과잉이 빚어지고 있는 것은 우선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에서 비롯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작년 중 6개월동안 생산상한을 하루 2백만배럴이나 초과하여 생산해 왔다.
지금은 하루 8백50만배럴로 생산량을 출였지만 6개월간의 증산은 이 가격안정에 절대적인 기여를 한 것이다.
또 하나는 비OPEC(공산권제외) 산유국의 ?산이다. 81년1월∼8월중 OPEC생산국은 하루 2천3백30만배럴로 80년 같은 기간보다 16·9%가 줄었으나 비OPEC산유국의 생산량은 1천8백80만배럴로 3·4%가 늘어났다.
그래서 세계석유생산에서 차지하고있는 OPEC의 셰어도 46·3%에서 41·2%로 줄었다.
수요면에서 보자면 에너지 절약, 대체에너지에의 전환, 경기침체, 비축감축 등으로 석유소비증가세가 뚜렷이 둔화했다. 81년 상반기 중 미·일·서독·불· 영 등 주요 5개국의 에너지 소비는 모두 감소했다.
80년 상반기보다 석탄은 3·25%,원자력은 19%가 층가했으나 석유, 수력은 각각 8·5%, 가스는 2·5%가 감소했다.
석유정세의 안정에 따라 석유회사의 과잉재고를 줄인 것도 단기적으로는 공급과잉에 한몫을 했다.
지금은 적정수준의 재고만을 갖고있을 만큼 재고량을 감축했던 것이다.
이러한 원유수급사정의 완화는 가격의 내림세로 이어지고 있으나 앞으로의 전망에는 두가지 의견으로 나누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예상은 재?조정도 끝났고 세계경기의 회복으로 인해 공급과잉은 곧 해소되리라는 것이다.
좀더 낙관적인 논자들은 근본적으로 공급과잉이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며 그러면 OPEC각국의 시장획득쟁탈전이 벌어져 공식판매가격마저 떨어진다는 주장도 있다.
세계시장에 대한 OPEC의 지배력이 약화되어 어떻게 34달러를 유지하느냐가 오히려 문제라는 것이다.
OPEC전체의 경상수지흑자는 80년의 1천30억달러에서 81년에는 9백70억달러로 떨어지고 올해는 흑자규모가 더 축소될 것이므로 OPEC각국간의 판매량 유지가 급선무라는 얘기다.
오는 5월20일 에콰도르에서 열릴 OPEC각료회의가 공급과잉해소방안으로 산유경감축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지만 외화수입의 감소를 견디어 내면서까지 생산량을 크게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온건파의 리더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동조하지 않는한 산유량감축도 뜻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작년의 아부다비 OPEC총회에서 가격을 동결하여 『작은 크리스머스 선물』 (사우디아라비아 「야마니」석유상)을 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자세가 급선회 할 것 같지는 않다.
최대의 변수가 있다면 중동에 큰 정치적 사건이나 분쟁이 일어나는 것이 있을 뿐이다.
가라앉은 석유정세는 안정과 경기회복을 지향하는 우리에게도 더없는 공헌을 한다.
이미 이란 등이 우리에게 가격인하를 해주고 있는 것처럼 반가운 소식이 잇달아 들어오고 있다.
다만 환율인상 등 대내적인 요인으로 국내의 가격인하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석유류제세의 조정과 가격자유화를 검토하고 있으므로 유종별로 다르겠지만, 부분적으로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면 국내물가의 안정과 경기회복에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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