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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배구, 박철우 뛰고도 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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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박철우

“내가 없다고 우리 팀은 약해지지 않는다.” 프로배구 삼성화재 박철우(29·1m99㎝)는 마치 주문처럼 말했다. 그의 믿음은 이뤄질까.

 올시즌 전문가들은 삼성화재의 8년 연속 우승 도전이 쉽지 않다고 내다본다. 남자 배구 대표팀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에 머무르면서 박철우가 시즌 도중 입대하기 때문이다. 박철우는 11월말 입대해 4주 군사 훈련을 받고 24개월간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한다. 박철우는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간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장인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도 “남자답게 잘 다녀오라”고 격려했다.

 사실 신 감독의 마음은 편치 않다. 올해는 7개 팀 전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쉬운 팀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화재는 21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1-3(23-25, 18-25, 28-26, 19-25)으로 패했다. OK저축은행 새 외국인 선수 시몬(27·2m6㎝)이 43점(6서브득점·3블로킹)을 올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 레오(24·2m6㎝)가 26점, 박철우가 13점을 올렸지만 졌다.

 레오를 받칠 박철우가 빠지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박철우를 대신해 2년차 라이트 김명진(23·1m98㎝)에게 기회를 주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김명진은 이날 2점에 그쳤다. 김명진이 박철우의 공백을 메우려면 경험과 시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올 시즌 경기 수가 30경기에서 36경기로 늘어 체력이 중요한 변수가 됐다. 신 감독은 최악의 경우 레프트 고준용이나 류윤식을 라이트로 돌리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

 박철우는 동료들을 믿었다. 그는 “내가 없다고 우리 팀은 약해지지 않는다. 우리는 위기가 있을 때마다 극복했다”며 “내 빈 자리를 동료들이 잘 채울 것이다. 특히 후배 김명진은 수비, 서브, 공격이 좋다. 나보다 더 잘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박철우가 정작 걱정하는 건 본인이다. 그는 “시즌 중간에 나가면서 팀 분위기에 악영향을 끼칠까 부담된다. 내가 떠나기 전까지 승수를 많이 쌓아야 기분 좋게 군대에 갈 것 같다”고 했다.

 프로 선수에게 2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복귀해도 감이 떨어져 헤맬 수 있다. 박철우는 “주위에서 걱정이 크지만 오히려 약이 될 것 같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시간으로 생각할 것”이라며 “어깨·무릎 등 고질적인 부상을 치료하고 시간 날 때마다 체력운동을 해 더 나은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이날 여자부 도로공사는 KGC인삼공사를 3-2(22-25, 25-17, 25-23, 22-25, 15-10)로 이겼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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