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투란도트' 장이머우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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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를 연출하기는 피렌체 극장과 베이징(北京) 자금성 무대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입니다. 자금성 공연에선 문화재 보존이라는 벽에 부닥쳐 조명.무대 작업에 많은 제약을 받았지만 이번엔 마음껏 상상력을 발휘해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겠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야외 오페라로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는 '투란도트'의 연출을 맡은 장이머우 감독이 주역가수.지휘자 등 출연진들과 함께 29일 오전 막바지 무대 공사가 한창인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짧은 기간 내에 어마어마한 무대를 만들어내는 한국인의 기술에 탄복했습니다. 투란도트는 지금까지 이국적인 기괴함과 음울함으로 가득찬 무대 연출이 지배적이었으나 피렌체 공연부터 빨강.파랑.황금색.흰색 등 강렬한 색을 가미해 힘차고 화려한 무대를 꾸몄습니다. 자신이 사모하던 칼라프 왕자와 투란도트 공주의 사랑을 맺어주기 위해 류가 자결하는 장면에선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는 극적인 장면을 연출할 예정입니다."

'국두''붉은 수수밭''영웅'으로 널리 알려진 영화감독 장이머우가 처음 오페라 연출을 맡은 것은 1997년 피렌체 극장에서 주빈 메타의 지휘로 상연된 '투란도트'에서다.

장이머우-주빈 메타 콤비는 이듬해 자금성 무대에서 같은 작품으로 8회에 걸쳐 3만여명의 관객을 모아 화제를 모았다. '장이머우식 투란도트'는 2000년 도쿄(東京) NHK홀에서 4회 공연을 했지만 야외 오페라로 외국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와는 달리 오페라는 '편집'이 불가능한 현장 예술입니다. 그만큼 좋은 무대를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관객의 뜨거운 반응을 현장에서 직접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은 영화가 도저히 흉내낼 수 없죠. 대규모 합창단이 만들어내는 군중 장면은 비좁은 무대에서 벗어나 탁 트인 공간에서 즐기는 야외 오페라의 매력입니다."

기자회견 직후 자금성 공연에서 호평을 받았던 소프라노 조반나 카솔라(투란도트 역) 등 출연진들은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리허설에 들어갔다. '투란도트' 공연은 5월 8일부터 11일까지 계속된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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