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용·문정인·정태인씨 부당 개입 확인" 감사원, 수사 요청은 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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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문정인 전 동북아시대위원장, 정태인 전 동북아위 기조실장 등 청와대 관련 인사들이 행담도 개발 사업에 부당하고 부적절하게 개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형사책임을 물을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 이들을 수사요청 대상에서 제외했다.

감사원은 16일 이 같은 내용의 행담도 개발사업 감사에 대한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또 도로공사의 행담도 개발은 법적 사업범위를 벗어나 하자가 있는 사업이며, 자본조달 능력도 없는 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의 개인 사업으로 변질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고 결론지었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오점록 전 도로공사 사장과 김재복 행담도개발㈜ 사장, 금융권 관계자 2명을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요청했다. 검찰은 감사원 서류를 검토하는 것을 시작으로 조만간 이 사건 수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감사원은 "도공이 도공법에 정해진 사업범위를 벗어난 행담도 개발을 편법으로 추진했으며, 오 전 도공 사장은 지난해 1월 실무진의 반대에도 EKI(ECON사의 한국 자회사)와 불리한 자본투자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도공은 당초 싱가포르의 ECON 측과 외자유치를 통해 개발사업을 추진하려 했지만 ECON 측이 행담도개발㈜의 주식을 김 사장에게 넘기면서 김 사장의 개인사업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또 "올 1월 김 사장이 채권 발행을 통해 8300만 달러를 조달하면서 행담도개발㈜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다"며 "이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려면 도공의 동의가 필요한데 도공은 이를 거부했고 김 사장은 채권 인수기관 등에 도공이 동의를 한 것처럼 속였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청와대 관계자들이 개인 사업에 불과한 행담도 개발사업을 'S프로젝트'의 시범사업으로 잘못 규정하고 무분별하게 지원한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도로공사 실무자 5명, 정부지원의향서를 써 준 강영일 도로국장 등 건설교통부 간부 2명 등 12명을 문책토록 해당기관에 통보했다. 이에 대해 김재복 사장은 "도로공사 측 주장만 일방적으로 받아들인 감사원의 감사발표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 고 반발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동기야 어찌 됐든 일부 공직자의 직무범위를 일탈한 행위가 있었던 것은 유감이며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점은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은 일제히 성명을 내고 "의혹 규명은 없고 사건의 핵심인 청와대 측근 인사가 수사요청 대상에서 빠진 것은 부실감사이자 감싸기 감사"라고 비난했다.

강갑생.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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