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대표단 "통일로 가는 7000만 물줄기 잇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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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 평양 통일 대축전이 공식 행사를 마치고 16일 폐막했다.

평양 유경 정주영 체육관에서 열린 폐막식에서 백낙청 남측 민간대표는 "민족 통일 대축전의 성공적인 개최를 밑거름으로 민족 화해와 협력, 평화와 통일로 가는 7000만 겨레의 거대한 물줄기를 더욱 힘차게 이어가자"고 말했다.

안경호 북측 위원장은 "내외의 정세가 어떻게 변화하든 6.15 공동선언을 끝까지 틀어쥐고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조국 통일의 역사적 위업을 반드시 성취하자"고 강조했다. 남측 대표단은 17일 귀환한다.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변화없다"=이날 오전 민간 대표단 20명은 만수대 의사당에서 김영남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면담했다. 예정에 없던 행사였다. 전날 밤 북측이 전격 통보하면서 마련됐다.

김 위원장은 "6.15 공동선언의 기본 사상인 '우리 민족끼리'의 이념을 구현해야 한다"며 "'우리 민족끼리'를 반대하거나 거세하려는 시도를 단호히 배격하자"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 공화국에 대한 미국의 적대시 정책은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함이 없다. '폭정의 전초기지'라는 험담을 퍼붓고 여러 분야에서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그러나 (북한은) 조금도 끄떡하지 않고 경제 건설을 다그쳐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백 대표는 "6.15 공동선언 1항에 외세 간섭없이 자주적으로 통일하자는 대목이 있다"며 "이를 남쪽 사정에 맞춰 어떻게 표현하고 실행할지 지혜를 모아 보겠다"고 답했다. 그는 "북측 동포의 생존을 위협하는 고립화 정책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이 "한나라당 의원들도 평양에 자주 올 수 있게 해달라"고 하자 김 위원장은 "남과 북이 힘을 합쳐 통일합시다"고 화답하며 원 의원의 한쪽 팔을 잡고 미소를 지었다.

◇사라진 만경대 방명록=민간 대표단은 이날 김일성 주석의 생가인 만경대를 참관했다. 2001년 강정구 동국대 교수가 방명록에 "만경대 정신 이어받아 통일 위업 이룩하자"고 썼다가 파문이 일었던 문제의 장소다. 그러나 평소 만경대 입구에 있어야 할 방명록이 보이지 않았다. 4년 전의 악몽을 우려한 남측 대표단이 미리 치워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

평양=공동취재단,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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