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돈 주고 전문시위꾼 고용하는 세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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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54일 만에 경찰의 강제 해산으로 막을 내린 경기도 오산 세교택지개발지구 철거민 농성 사건은 우리 사회 시위 문화의 어두운 구석을 그대로 드러냈다. 농성자들이 장기간 경찰과 대치하며 동원한 극한적인 폭력행위도 문제지만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외부에서 끌어들인 전문 시위꾼이었다고 한다.'용역 시위'의 실상은 경찰 수사로 드러나겠지만, 시위.농성이 일상화된 현실에서 이번과 비슷한 사례가 다른 곳에는 어찌 없겠는가.

최후까지 농성 현장에서 저항하다 경찰에 붙잡혀 살인 혐의로 구속된 24명 가운데 주민은 5명뿐이고 나머지 19명은 철거민단체 회원이었다. 사실상 외부인이 농성을 주도한 셈이다. 이들 가운데 몇몇은 이전에도 다른 철거 현장에서 투쟁을 벌였거나 간부를 맡았던 전력이 있어'꾼'이라고 할 만하다. 사제 총과 LP 가스통, 시너, 휘발유 등으로 '무장'을 하거나 진압 경찰에 쇠파이프와 벽돌을 휘두르며 저항하는 극한 투쟁 행태가 이들의 공통점이다. 지난달엔 이들이 던진 화염병에 철거용역업체 직원 한 명이 숨지기도 했다.

경찰은 철거민 8가구가 300만원씩 거둔 돈이 용역 시위꾼들에게 흘러갔을 것으로 보고 관련자들의 은행 계좌를 추적하고 있다. 그러나 양측의 거래가 이뿐일까. 철거민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더 많은 보상을 타내는 일이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전문꾼들이 농성을 해주고 보상금의 일정 비율을 나누기로 계약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이 몫을 키우기 위해 과격 투쟁을 부추겼다면 더 심각한 일이다.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세입자나 무허가주택 사람들의 생존권도 존중돼야 한다. 그렇다고 전문 시위꾼을 불러들이거나, 외부 세력이 개입해 과격 시위를 부추기는 것은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범죄다. 이런 유형의 시위가 이곳만이 아닌데 문제가 더 크다. 시위꾼을 고용해 시위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런 식의 시위에 대해 제동을 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순수하고 정당한 시위까지 오해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