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나라당 추태 의원 책임 물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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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며칠 전 경북의 한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벌어진 한나라당 곽성문 의원의 추태가 그것이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신과 동료 의원들을 골프에 초청한 대구 지역 상공인들을 향해 4, 5개의 맥주병을 던졌다는 것이다. 깨진 유리조각에 맞아 한 상공인의 손에선 피까지 흘렀다고 한다.

더욱 기가 찬 것은 그가 맥주병을 던지게 된 직접적 이유다. 그는 폭탄주 몇 잔을 마신 뒤 자리에서 일어나 대구 지역 경제인들에게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대구 상공인들이 한나라당을 야당이라고 홀대한다는 취지였다. 열린우리당에는 14억원의 후원금을 내면서 한나라당에는 한푼도 내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쳤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10분의 1이라도 내야 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고 한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한나라당 의원들이 "곽 의원 말이 맞다"고 거들었고 이에 대구 상공인들이 반발하자 곽 의원이 갑자기 맥주병을 잡고는 상공인들 머리 위로 던졌다는 것이다.

결국 돈을 달라는 얘기였고 이에 응하지 않는 분위기니까 폭력을 행사한 것이나 다름없다. 뒷골목 공갈패의 행동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동석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말렸다고는 하지만 앞서 곽 의원의 발언에 동조했던 상황을 보면 그들의 책임 또한 없지 않다.

파문이 확산되자 곽 의원은 당 홍보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사건 며칠 뒤 사과의 글을 돌렸지만 초기만 해도 "벽에다 병을 던졌으니 벽 보고 사과하란 말이냐"고 했다 한다.

문제는 사건 이후의 한나라당 분위기다. 그 정도에서 사태를 매듭짓고 넘어가려는 분위기라 한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만취 상태에서의 우발적 실수로 여기기에는 그의 말과 행동이 도를 넘었기 때문이다. 당 차원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 국회의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점에서 국회 차원의 적절한 조치도 있어야 할 것이다. 법적 책임까지 물을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윤리적.도덕적 차원의 책임은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