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생명윤리 논의, 보다 더 활발해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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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는 지난 1년 사이 우리의 자랑스러운 영웅으로 떠올랐다. 인간 배아 줄기세포 연구의 개척자로 앞서 나가는 그의 모습은 일종의 애국주의를 불러일으켰다. 불치병과 난치병 치료에 희망이 된 줄기 세포에 '메이드 인 코리아'를 박고 싶어 하는 한국민이 황 교수에게 열광한 것이다. 우리 과학자가 이렇듯 세계 만방에 이름을 떨치는 쾌거는 한 치의 반론이나 반박을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를 전염시켰다. 그 와중에 사람의 배아를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에 따라야 할 윤리적인 논쟁과 국민적 합의가 뒷전으로 밀린 것은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다.

천주교를 비롯한 종교계가 이런 집단 흥분 상태를 깨면서 제동을 건 것은 보다 성숙한 사회로 가는 바람직한 징표라 할 수 있다. 종교계는 연구에 쓰이는 복제된 배아가 인간 생명체이기에 이를 실험에 쓰거나 조작하고 파괴하는 일은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배아를 대상으로 한 황 교수의 연구가 결국 여성을 실험 도구화하고 비윤리적인 난자 매매를 가속화하는 위험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리 있는 성찰이다.

정부와 국민의 성원이 있으니 모든 것을 해도 된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이러한 연구가 장차 인류사회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한 의견수렴이 있어야 한다. 다른 나라는 윤리 문제로 주춤하고 있을 때 우리가 재빠르게 앞선 것은 자랑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익적 차원에서 점검했어야 할 보건복지부와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조차 대중인기와 영합하며 제 구실을 하지 못했다.

생명공학의 한계와 생명윤리를 주제로 정진석 대주교와 의견을 나눈 황 교수는 복제 배아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를 중지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생명에 대한 존중의식은 일치했지만 종교와 과학의 길은 멀다.

인간의 생명을 담보한 중차대한 논의라면 더 열린 마음으로 더 천천히 짚어야 마땅하다. 우리가 떳떳하게 윤리적 문제까지 해결하고 나선 뒤 그 분야에서 앞장서야 명실공히 국제적인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