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기사에 대한 가치 논쟁 비판적 사고력에 도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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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지외고 1학년 학생들이 신문을 활용해 수업하고 있다.

신문엔 독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희망을 주는 기사도 있다. 이런 기사들에 대한 가치를 판단하는 활동을 하면 비판적 사고력과 올바른 인성을 길러줄 수 있다.

나는 이 활동을 '부끄러운 기사와 자랑스런 기사 찾기'란 이름을 붙여 학생들에게 가르쳤다. 잘못을 꼬집거나 칭찬하고 싶은 기사를 찾아 그 이유를 밝히는 것이다.

먼저 '부끄러운 기사'를 찾아보자. 얼마 전 영화배우 이은주씨의 자살 사건에 대해 '이은주씨 자살 후 네티즌 100명 중 6명이 자살 충동 느껴'라는 제목의 기사가 한 일간지에 보도됐다. 영화 관련 웹사이트의 설문 조사 결과를 그대로 인용하고 자살 원인도 마음대로 추정했다. 이씨의 자살 사건이 미칠 악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보도 태도였다. 부끄러운 기사다. 따라서 이 기사에 대해 잘못을 지적하고 연예인의 사생활도 보호돼야 한다는 등의 비판을 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칭찬해 주고 싶은 기사도 있다. 최근 한 교수가 '한국인의 정체성 조사'결과를 보도한 기사에 대해 한국인은 자국의 업적을 과소 평가하고, 국제적 위상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칼럼에서 지적했다. 아울러 그 이유를 밝히며, 앞으로 세계 10대 강국에 걸맞은 자부심을 갖자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공감한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어느 부분에서 열등의식이 있었는지 살피고, 처방도 제시할 수 있다. 또 이러한 칼럼이 희망을 주는 글이라고 칭찬할 수 있을 것이다.

학습에 적용하려면 먼저 5~6명 한 모둠을 만들고 각자 신문 한 부씩을 준비한다. 모둠원 모두 10분 정도 신문을 보며 '자랑스러운 기사'를 하나씩 고른다. 기사를 선정할 땐 그 이유를 꼭 밝힌다.

그 다음 한 명씩 돌아가면서 선정한 기사와 그 의미를 설명한다(10분). 모둠원들의 발표가 끝나면 토론을 통해 자신의 모둠을 대표할 기사를 뽑는다. 대표 기사를 고르면 모든 모둠원들은 힘을 합쳐 그 기사에 의미를 부여한다(5분). 이제 각 모둠의 대표가 나와 선정한 기사와 그 이유를 발표할 차례다(20분).

마지막으로 학급을 대표할 기사를 뽑는다. 학급원이 모두 참여해 거수로 정한다. 이러한 학습을 통해 의견 수렴 과정도 가르칠 수 있다.

이기찬 (중앙일보 NIE연구위원.명지외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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