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사당에도 추락 위험…70년대 어른 키에 맞춘 난간 너무 낮아

중앙일보

입력

토요일인 18일 오후 국회의사당 4층. 국회로 견학 온 초등학생 3~4명이 장난을 치다 중앙의 난간 쪽으로 다가섰다. 그러자 안내를 맡은 국회 관계자가 재빨리 “그 쪽으로 가지 마세요!”라고 소리를 질렀다. 지하 1층, 지상 7층인 의사당 건물 중앙은 3층 로텐다홀(중앙홀)부터 7층의 돔 지붕까지 뻥 뚤려 있는 구조다. 게다가 난간이 낮게 만들어져 자칫하면 추락할 위험이 있다.

이날 중앙SUNDAY가 측정해본 결과 난간의 높이는 약 90cm에 불과했다. 어른의 허리 정도 밖에 안된다.

사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국회 방호과는 4~7층의 중앙 난간 주변에 빨간 줄을 쳐놓고 ‘안전사고 주의’라는 종이도 붙여뒀다. 난간 위엔 ‘위험’이라는 경고문에서 ‘로텐다홀 난간 위에 물건을 얹어놓지 마십시오. 떨어지면 위험합니다!’고 써놓았다.

하지만 누구나 원하면 쉽게 다가가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다. 바닥도 미끄러운 편이다. 이 때문에 1975년 준공 이래 수시로 안전 문제가 제기됐지만 개선된 적은 없다. 지난해에만 55만명이 찾을 정도로 방문객이 많은 데도 안전 조치는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국회 경호과 관계자는 “오갈 때마다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바닥에 미끄럼 방지판을 깔고 난간 주변에 전시물 등을 설치해 아예 접근을 막자고 8월에 사무처에도 제안했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형두 국회 대변인은 “직원들 사이에서 70년대 한국인 평균 신장을 기준으로 한 난간이라 낮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중앙SUNDAY의 지적에 국회의장실에도 이야기를 했고 가능한 빨리 조치를 검토하라고 했다”고 밝혔다.

사진=최정동 기자, 글=백일현 기자 keysm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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