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487. 산봉우리, 꽃봉오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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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사람이 그리운 날, 사람을 멀리하고 산에 오른다." 상처 난 마음을 깁는 방법으로 임영조 시인은 산행을 권한다. 계곡을 타고 흐르는 물소리와 산허리를 휘감은 꽃봉오리에 마음의 결을 쓰다듬으며 오른 산봉우리. 그곳엔 엉킨 마음의 올을 풀어 주는 바람이 기다리고 있다. 산이 주는 행복이다.

"우리는 이 산봉오리에서 저 산봉오리로 능선을 따라 걸었고, 나비들은 이 꽃봉우리에서 저 꽃봉우리로 철쭉을 따라 날아다녔다"처럼 '산봉우리'와 '꽃봉오리'를 잘못 쓰는 경우가 간혹 있다. '봉우리'와 같은 말인 '산봉우리'는 산에서 뾰족하게 높이 솟은 부분을 말한다. '꽃봉오리'는 망울만 맺히고 아직 피지 않은 꽃을 가리키는 것으로 '봉오리, 몽우리, 꽃망울'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꽃봉우리가 맺히다' '산봉오리에 오르다'처럼 써서는 안 된다. 자칫 잘못하다간 꽃망울에 오르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봉(峯)을 이를 땐 '산봉우리', 꽃망울을 말할 땐 '꽃봉오리'라고 해야 한다.

한 떨기 꽃봉오리처럼 향기 나는 글쓰기는 기초적인 맞춤법을 지켜나가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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