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뇌의 신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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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인간의 뇌처럼 신비스러운 것은 없다. 이 세상에 아무리 신비스러운 것이 많다 하더라도 그것을 인식하는 뇌가 없다면「무」나 마찬가지.
뇌가 워낙 신비스럽다보니 지금까지 인간이 인간의 뇌에 대해 알아낸 것은 바닷가에서 모래 한 알을 주운 것에 불과할 정도다. 그만큼 뇌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 투성이다.
마음만 해도 그 위치가 아직 확실치 않다. 전에는『가슴을 열고 내 속마음을 보여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표현, 흡사 마음이 가슴속에 있는 것처럼 생각했지만 현대의 과학도 마음은 아마도 뇌 속, 그 중에서도 인간의 기본적 욕구가 생기는 구파질이나 고피질에서 발파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짐작할 정도의 진전만이 있을 뿐이다.
인간은 처음 정자와 난자가 합쳐진 하나의 세포로부터 출발하지만, 이것이 분열하면서 유전정보에 따라 갖가지 기관을 만든다.
각 기관을 만드는 세포들은 성장하는데 따라 다시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 낡은 부속(세포)을 교체해 나가는데 뇌 세포(신경세포)만은 일만 형성되면 교체되지 않고 죽을 때까지 그대로 지니고 산다. 그것은 뇌가 맡은 일이 기억·창조·생명의 유지 등 너무나 중요한 것이어서 새로운 세포로 대체하는데서 오는 복잡함과 실수를 사전에 막기 위한 신의 조심성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되고있다.
사람의 신경세포는 임신 10주째부터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 30주째는 거의 완성품에 가깝게 된다. 생후 12∼15개월까지 신경세포수가 늘기는 하지만 이때에 증가되는 숫자는 적다.
24∼48개월 사이에는 각 신경세포끼리, 또는 다른 세포와의 연락체재를 형성하는 신경돌기·원형질 돌기 등의 회로망의 구성이 끝나고 그 이후 20세 정도까지는 세포의 크기만이 커질 뿐 숫자는 늘지 않는다.
20대까지 완성된 뇌는 성인의 경우 1백40억∼1백50억개에 이르고, 무게는1천3백∼1천4백g 이 된다. 신경세포가 이렇게 많은 것도 역시 새로운 세포로 대체될 수 없다는 사정 때문에 여분을 많이 갖는 것이 아닌가 보고있다.
그것은 인간이 일생을 사는 동안 많이 써보아야 신경세포 중3분의1∼4분의1정도인 40억개만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또 25세 정도가 지나면 하루 10만개 (일부 학자는20만개 주장) 씩의 신경세포가 자연사를 하는데 80세의 노인에서 20대 이후 60년 간 매일10만개씩 잃는다고 해도 그 수는 약22억개, 신경세포 전체로 따져 7분의1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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