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담보대출 아직도 과열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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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 시중은행은 지난달 상호저축은행과 연계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늘리는 상품을 내놓았다가 과열경쟁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고 최근 철회했다.

이 제도는 고객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한도(집값의 60%) 이상을 빌려 달라고 요구할 경우 상호저축은행에서 집값의 10~20%를 추가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은행 측이 주선해 주는 내용이었다. 저축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집값의 70~80%로 은행보다 높다는 점을 이용해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마케팅 전략이었다.

주택담보대출 과열을 막기 위한 금융당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과열경쟁이 진정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은행들이 다른 은행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대출을 갈아탈 경우 금리를 깎아주거나 모기지신용보험(MCI) 가입을 통해 대출한도를 확대하는 등의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했다. 하나은행 등 일부 은행들은 이에 맞춰 대출 초기 6개월간 최고 0.6%포인트까지 대출 금리를 낮춰주던 금리할인제도를 폐지했다. 하지만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2조1000억원으로 2003년 이후 월별 최고치를 두 달째 이어가는 등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연초 일시적으로 상승했던 시장 금리가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이 마땅한 자금 운용처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최저 금리는 대개 4%대 중반으로 지난해 말보다 1%포인트가량 낮다. 일부 은행은 규모가 큰 집단대출에 대해 지점장 전결금리 등의 수단을 동원해 3%대 후반의 금리를 제시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개인신용대출을 늘리기도 어려워 은행마다 부실 위험성이 별로 없는 주택담보대출 확대에 온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가 거의 없는 가운데 집값이 뛰고 있는 것도 담보대출 확대의 한 요인이다. 투기지역이나 투기우려지역이 돼 대출 한도가 집값의 40~50%로 떨어져도 집값이 많이 오르면 대출 가능금액은 오히려 많아진다. 일부 은행들은 시세 상승폭이 큰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밀집지역에서 전단지를 뿌리며 추가대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대출 고객을 데려오면 금액에 비례해 수수료를 주는 대출모집인 확보전도 치열하다.

◆보험사.저축은행도 가세=생명보험과 손해보험사들도 고정 금리 상품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은행보다 금리가 높지만 대출한도가 집값의 60~70%로 높고 금리 변동 위험이 없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보험사들의 부동산 대출 상품은 지난 2월 말 현재 15조6123억원으로 1년 전보다 14.3% 늘어났다. 같은 기간에 신용대출이 19.3%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보험사들은 자사 보험계약자에겐 근저당 설정비와 대출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금리 할인 혜택도 주고 있다. 감정수수료와 대출수수료.중도상환수수료 등의 부가수수료 면제로 고객을 유치하는 곳도 많다. 최근 한 보험사는 대출 금액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돈을 찾고 넣을 수 있는 마이너스 통장 방식의 대출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상호저축은행의 부동산 대출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 저축은행의 여신 중 부동산 관련 대출이 30%에 육박하고 최근에도 상승 추세를 보임에 따라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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