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만에 한·미 정상회담] 부시, 주한미군 사고에 사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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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가 고비를 맞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은 11일 새벽(한국시간)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공식 회담 한 시간과 업무 오찬 한 시간 등이다.

부시 대통령은 회담이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첫마디로 10일 경기도 동두천시에서 주한미군에 의해 발생한 김모여인 사망사고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부시 대통령은 "깊은 조의를 표명하며 사망사고에 대해 사과하고 나아가 슬픈 마음을 노대통령께서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1946년생 동갑인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회담은 노 대통령 취임 이후 네 번째다. 2003년 5월 워싱턴 실무회담, 그해 11월 태국 방콕과 2004년 11월 칠레 산티아고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 양자회담에 이어 약 7개월 만이다.

◆ 한.미 정상 친근감 표시=노 대통령은 회담 시간을 약 10분 앞두고 백악관에 도착했다. 의전장의 안내로 웨스트 윙 루스벨트룸에 들어선 노 대통령은 방명록에 '영원한 우정을 위하여. 대한민국 대통령 노무현'이라고 서명했다. 이어 곧바로 회담장인 오벌 오피스에 들어섰다.

부시 대통령은 회담장 안쪽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노 대통령과 반갑게 악수하며 "웰컴, 웰컴, 하우 아 유 두잉(잘 지냈습니까)"이라고 환영하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이에 노 대통령이 "나이스 투 시 유(만나서 반갑습니다)"라며 영어로 인사하자 부시 대통령은 "당신의 영어 실력이 내 한국어 실력보다 낫다"고 조크를 하기도 했다. 두 정상은 활짝 웃으며 취재진을 위해 포즈를 취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노 대통령에게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 등 배석자를 소개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노 대통령과 악수하며 "다시 만나 반갑습니다"고 인사했다.

마지막에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이 인사하자 노 대통령은 "TV에서 자주 봤다"고 인사를 건넸다. 이어 두 정상은 자리에 앉아 북핵과 한.미 동맹 등에 대해 논의했다. 회담은 50분동안 계속됐다.

◆ 부시, 노 대통령에 선물 준비=두 정상은 이날 회담 뒤 회담장인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양국 기자들에게 회담 결과를 간략히 설명했다. 두 정상은 한.미 동맹의 공고함과 건강함을 강조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회담을 진행했다고 배석했던 관계자들이 전했다.

부시 대통령이 회담 뒤 노 대통령에게 증정할 선물 후보에 볼링공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백악관은 노 대통령이 좋아할 만한 '서프라이즈(깜짝) 선물'을 찾던 중 노 대통령이 볼링을 즐긴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볼링공을 선물 후보에 넣었다"고 전했다. 이후 백악관은 한국 정부에 노 대통령이 쓰는 볼링공 규격을 문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회담 55분 전까지 조율=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고위 외교 당국자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힐 차관보는 9일 심야에 반 장관을 방문해 협의를 했다. 이어 10일 아침 반 장관과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외교장관 회담을 했다. 같은 시간 권진호 보좌관과 해들리 보좌관도 접촉을 하고 정상회담을 최종 조율했다. 이 시간은 정상회담 개최 55분 전이다. 정상회담 직전까지 의제를 점검하고 정상 간 발언의 수위를 조절하기 위한 연쇄 협의가 이뤄진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 간의 세 차례 정상회담 중 이번처럼 막판까지 고위 외교 당국자 간 협의가 분주히 이뤄졌던 적은 없었다"며 "그만큼 이번 회담이 중요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최훈 기자, 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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