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친구] "미남 스님" 싱글 "미남 신부님" 벙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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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 예수회 서명원 신부(왼쪽)·도피안사 송암 스님(오른쪽).

종교전문 취재작가 김나미(50)씨가 종교의 구분을 넘어 우정을 가꾸는 성직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우리는 친구-종교를 넘어 우정을 가꾸는 사람들’을 연재합니다. 불교의 스님과 개신교 목사, 원불교 교무와 가톨릭 수녀 등 다양한 성직자들 사이의 삶과 우정은 우리 시대 최고의 가치로 떠오른 관용을 보여줍니다.

경기도 안성시 죽산 도솔산 아래 도피안사(到彼岸寺). 글자 그대로 피안에 도달하는 절이다. 이 사찰의 주지인 송암 스님에게 절친한 도반(道伴)이자 친구가 있다. 예수회 소속의 사제이자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인 프랑스인 서명원 신부가 그 사람이다. 53세 동갑내기인 둘은 국적도 피부색도 다른데, 한 사람은 반야바라밀다 결사로 중생을 제도하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대학에서 한국 불교를 강의한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10년 전, 절에서 종교의 구분을 넘어 밤새워 참선하는 용맹정진의 자리에서였다. 만남 이후 두 사람은 서로의 깊은 내면을 보게 되었다. 같은 수도자라는 동질감도 한 몫 했겠지만 지금껏 두 사람의 유대는 우정의 차원을 넘어 영적인 공감까지를 포함한다.

서 교수는 본명이 베르나르도 스니칼. 그는 1985년부터 지금까지 20년 간 한국불교를 연구하며 성(聖)이냐시오의 영신수련과 불교의 참선수행이 만나는 지점을 연구해 왔다. 수행과 학문을 병행해온 그의 한국불교 연구의 결과물이 지난 해 파리 7대학 박사학위 논문. 논문 제목은 '성철 스님의 생애와 전서(全書)'인데, 성철스님의 돈오돈수를 다뤘다.

그런 서 교수가 주위 사람들이나 학생들로부터 "스님"으로 불리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사제복 로만 칼라 위에 개량 한복과 함께 헐렁한 승복 바지를 입고 다니는 그를 누가 사제라고 하겠는가. 얼마 전 그는 도피안사에서 열린 '더불어 살아야 할 공동체를 위한 불교적 패러다임'이라는 법회의 강사로 나섰다. 또박또박한 우리말로 서양인의 눈으로 본 한국 가족의 특성을 예로 들며 한국불교의 저력을 언급했다.

송암스님도 서강대 강단에서 불교 특강을 해 준 적이 있다. 그런 송암스님은 71년 범어사에서 광덕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후 스님 옆에서 줄곧 시봉을 해왔다. 스승의 말씀과 일상의 이야기까지 적은 시봉 일기를 책으로 내기도 했다. 안성시의 효자 효부상도 제정했다. 지금은 반야의 지혜에 눈을 뜨자는 원을 세웠던 스승의 뜻을 받들어 반야바라밀다 결사에 힘쏟고 있다.

"스승님의 가르침은 위법망구(爲法忘軀), 즉 진리를 위해 자신을 아끼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씀은 스님이든 신부님이든 모름지기 수도자라면 보편적인 진리를 위해 살아야 한다고 저는 이해를 하고 있습니다."(송암 스님)

"스님은 출가자이고 저는 수도회 입회자입니다. 똑 같으면 흥미가 없잖아요. 또 진리를 향해 함께 나간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제 경우 예수님 제자로서 길을 가다 불교를 알면서 외려 저의 가톨릭 신앙이 굳건해졌습니다. 송암 스님은 제가 불교에 더 가까이 가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서 교수)

스님과 신부는 지구가 한 마을인 지금 차이와 다름을 넘어선 관용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송암 스님이 친구 신부에 거는 기대는 크다. 그가 있어 한국불교가 학문적으로 크게 발전하리라는 믿음이다. 카메라 앞에서도 서로에게 "미남 신부님" "미남 스님"이라며 박장대소하는 두 사람은 종교의 소속을 떠난 아름다운 동행을 보여준다.

김나미 (자유 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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