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못 주는 울산버스, 시동 꺼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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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울산 시내버스 업계는 지금 기사 월급도 제때 주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준공영제 도입 등 자치단체의 추가 지원책이 필요합니다.”

 김익기(51) 울산여객 대표가 털어놓은 울산 시내버스 업계의 현실이다. 버스회사는 승객으로부터 요금을 받아 기사에게 월급을 주고 버스 연료비와 수리비, 회사 운영비 등을 충당한다. 하지만 버스업계는 만성 적자에 시달리면서 요금만으로는 회사 운영이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김 대표는 “울산에서 적자 없이 운영하는 버스회사는 단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급기야 울산여객과 남성여객 노조는 지난 10, 11일 이틀간 버스 운행을 멈추고 파업했다. 회사로부터 받아야 할 10월치 급여 14억5000만원을 받지 못해서다. 또 회사가 경영난으로 퇴직금을 적립하지 못하면서 퇴직자는 빈 손으로 회사를 떠나야 했다. 기사들은 “월급과 퇴직금을 못 받으면서 일할 수는 없다”며 버스를 세웠다. 버스 252대를 보유한 두 회사의 노선은 79개. 차량 규모 등에서 울산 전체 시내버스(7개 회사 713대, 104개 노선 운영)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한다.

 버스가 멈추면서 시민 불편이 컸다. 특히 두 회사가 단독 운행하는 울산 울주군 언양읍 일대 15개 노선의 주민들은 파업 이틀간 발을 동동 굴렸다. 시민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노조는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요일 오후부터 토요일 오후까지만 파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이 임금 지급일을 지키고 퇴직금을 적립하기로 약속하면서 12일부터 버스 운행은 재개됐다. 하지만 7개 버스회사 노조는 내년 2월 말까지 근본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내년 3월엔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최현호 남성여객 노조위원장은 15일 “버스회사 운영 상황을 보면 앞으로도 기사 월급이 밀리는 일이 수시로 발생할 게 분명하다”며 “회사가 수익을 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버스업계는 현재 미지급 퇴직금 420억원 등 530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가운데 시내버스 업계와 노조는 ‘준공영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준공영제란 시내버스 회사의 적자를 자치단체가 모두 보전해주는 제도다. 울산을 제외한 모든 광역시 이상 도시에서 도입하고 있다. 대신 울산시는 2002년부터 시민 편의 차원에서 무료 환승을 실시하고 일부 적자노선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이 지원액도 해마다 늘어 올해는 253억원이나 된다. 준공영제를 도입하면 지원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김규열 울산시 대중교통과 담당은 “준공영제를 도입한 자치단체에서 버스회사의 방만 경영 등이 말썽이 되기도 한다”며 “시는 아직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버스회사의 적자 규모를 객관적으로 산정하기 힘든 것도 걸림돌이다. 김지훈 울산시민연대 부장은 “버스회사의 경영난이 개선되지 않으면 결국 그 피해는 시민에게 돌아온다”며 “문제점을 면밀히 살펴 개선된 형태의 준공영제 도입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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