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부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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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본선에 오른 작품은 『용마동굴』 『귀향수첩』 『9월 상황』 『청동빛 이마』 『참회록』 『바람』의 여섯 편이었다.
수준은 일반적으로는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고, 각 편마다 소재의 폭이 겹치지 않고 특이한 성격을 지니고 있어 다양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었다.
각 편을 보면, 『용마동굴』은 선명한 주제설정은 좋았으나 문장수련이 모자랐다. 『귀향수첩』은 폭넓은 소재를 택하였으나 가장 중요한 인물의 등장이 충분한 자연스러움을 주지 못하였다. 『9월 상황』은 극한상황에서의 인간의 체험을 극적인 박력을 갖춘 전개속에 보여 주고 있는데 문장이 좀더 견실했더라면 좋았겠고 2장부터는 지루한 느낌을 주었다.
『참회록』은 주제의 파악과 문장에 좀더 수련이 필요했다. 『청동빛 이마』는 신선한 문장, 속도있는 전개, 성의있는 풍속적 관찰등이 뛰어나 저력이 엿보이는 작품이었는데 이야기의 마무리가 너무 평범할 뿐 아니라 인물들의 선정된 성격과 어울리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바람』은 갑자기 부자가 된 사람을 통해 인간성의 연구와 기업세태를 그려낸 작품이다. 앞부분의 묘사가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며, 대담한 전개가 주제의 탐구와 어긋남이 없어서 가장 무난한 작품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우화적인 어조가 아닌 사보적인 필치로 쓰인 점에서 볼 때, 후반부가 힘있게 보이기 위해서는 기업형태에 대한 좀더 깊은 분석과 주인공의 변모에 대한 더 박력있는 묘사가 있어야 했다.
이상의 작품을 놓고 의견을 나눈 끝에 작품의 조건을 비교적 무난하게 갖춘 『바람』 1편을 최우수작으로 결정하고, 다른 작품들에 대해서는 후일을 기약한 정진을 바라기로 하였다. 심사위원 유종호. 최인훈·최종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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