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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교과서와 사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새학기부터 사용할 초·중·고교의 「국사」교과서가 개편되었다.
개정된 새 교육과정에 따라 개편된 국사교과서의 중요변화는 현대사의 내용이 보강된 것과 국민서곤 교육의 측면이 눈에 띄게 강조되었다는 점이다.
이에 수반하여 우리민족의 역사발전 과정을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입장에서 보고 역사발전의 요인도 민족의 내재적인 것으로 보는 관점이 강조되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역사 가운데서 뿌리를 찾아 해명함으로써 학생들이 구체적인 역사 사실 속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비판적으로 사물을 인식하는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기대하고있다.
이 같은 교과서의 개편방향은 대체로 타당하다.
우리의 2세들이 단순히 잡다하고 무계통적인 역사적 지식에만 매달려 정작 역사에서 배워야할 정신과 안목을 경친하였던 것이 과거의 적폐요부족이었다면 그것을 극복·지양하는 교과서의 개정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학생들은 국사교육을 통해 과거 우리의 선조들이 걸어온 발자취와 이루어논 문화를 배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민족의 좌절과 고난의 극복사를 철저히 체득함으로써 험난한 세계사의 현실 속에서 어떻게 생존하며 미래를 타개하여야할 것인가를 깨달아야 한다.
민족주체의식의 체계적 학습 속에서 민족의 영원성을 확고히 인식함으로써 이를 계승한 새로운 역사의 창조자로서의 임무룰 자각한다는 것은 바로 국사교육의 요체인 것이다.
그 점에서 새교과서가 민족사의 각시대적 특성을 다각적으로 파악하여 민족사의 과거를 반성하고 아울러 당면한 과재와 진노에 대한 서술에 역점을 둔 것은 납득할만하다.
그런 친각에서 볼 때 과거에 미심하다는 이유로 빠졌거나 기피되었던 항목들이 새로 추가되고 일부 쟁점이 되었던 문제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수용의 자세를 보인 것은 진일보한 교과서 편찬태도다.
민족의 기원과 발전과정에 대한 강조 속에 「포군」을 항목으로 선정했다든가 최근의 고고학적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삼국의 대외진출을 능동적으로 서술한 것, 그리고 고려전기까지를 고대사회로 규정했던 일인학자들의 직민사관을 탈피하여 이를 중세사회로 기술한 것등은 모두 특기할 발전이다.
이번 교과서 개편에서 특히 괄목할 것은 과거 왕조중심의 정치사·군사사에서 사회경제적 삶의 주축인 민족의 생활상을 부각시킴으로써 사상사·문화사에 중심을 욺긴것이다.
이는 물론 국민학교에선 인물, 중학교에선 정치, 고교에선 문화적 측면이 각각 핵을 이루는 숙구로 표현되었다는 차이가 있으나 이는 교육단계상 불가피한 것으로 볼 수있다.
또 과거 난제의 하나였던 국사의 시대구분도 고대·중세·근세·근대·현대로 일단 정착시킨 공적도 인정되어야겠다.
그러나 이번 교과서 개편을 놓고 한번 냉정히 검토할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국사교과서의 민족의식 고취는 당연한 것이지만 세계사적 보편의 원리와 규야도 함께 길러주는 노력도 경주되어야 겠다는 것이다.
현대사 속의 오늘의 시민은 투철한 민족의식과 함께 지구가족의 선린의식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현대사의 교육은 필요할 것이로되 바로 작년의 쌍화인「제5공화국의 성립」까지 수록한 것은 역사를 지나치게 단견적으로 보는 인상이 든다.
또 과거「동학란」을 경시하다가「동학농민혁명」으로 발전적 해석을 가했던 것을 다시「동학운동」으로 조정한 것은 어느 면에선 사안의 후퇴라는 느낌도 든다.
어떻든 이번 개편된 국사교과서는 광복이후에 배출된 중견사학자들의 집필과 우리 사학계의 다대한 협조로 이루어진 노작이라는 점에서 이에 상응한 교육적 성과가 기대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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