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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합시다(5)|질병의 변천|생활여건 변화…「선진국형 인조질병시대」로|전염병은 줄고 성인병은 늘어나|뇌질환·암이 사망원인의 1,2위|국가배려보다 개인생활이 중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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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건강은 국가가 지켜주던 차원에서 개인이 지키는 시대로 변했다.
질병도 세월따라 변한다.
생활양식·생활환경의 변화에 따라, 그리고 의술의 발전에 따라 맹위를 떨치던 질병이 자취를 감추는 한편, 새로운 질병이 등장, 인류를 위협하기도 한다.
가장 좋은 예가 전연두(천연두)와 암(암).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77년 지구상에서 천연두가 완전히 소멸됐다고 발표했다.

<천연두 이미 사라져>
오랫동안 인류의 가장 무서운 질병가운데 하나이던 천연두가 「제너」의 종두법 개발이래 1백여년에 걸친 노력끝에 지구상에서는 종적을 감추게 된 것이다. 반면 2차대전 전까지만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 암은 이제 인류의 숙제인 난치병이 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이같은 질병의 변화는 뚜렷한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문옥륜 교수가 조사한 「우리 나라 주요사인(사인)의 변화양상」은 최근 1세기 동안 급성전염병의 현저한 감소와 만성퇴행성(퇴행성) 질환, 이른바 성인병의 급격한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영아사망률은 크게 줄고 평균수명은 해마다 늘어나 전체적으로 노년 인구층이 해가 갈수록 누증(누증)되는 인구의 노령화(노령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교수의 조사에서 해방이전(1938∼42) 우리 나라 사망원인의 으뜸은 소화기계질환. 다음이 호흡기계질환·신경계 및 감각기관질환·결핵·전염병 등의 순.
그러던 것이 해방후 1953년 조사에서는 결핵·위장관염(위장관염)·뇌혈관질환·폐렴 및 기관지염·신경계질환순으로 바뀌었고 다시 58∼59년에는 폐렴 및 기관지염·결핵·위장염·악성 신생물(암)·뇌혈관질환으로 달라진다.
이른바 근대화·경제개발이 본격화된 1966∼67년에는 폐렴 및 기관지염·결핵·뇌혈관질환·악성 신생물·위장염으로 순위가 달라졌다.
최근 79년의 조사에서 사망 원인의 으뜸이 뇌혈관질환으로 인구 10만명당 93·7명의 사망률. 2위가 공포의 암(사망률 10만명당 74명). 3위가 기타 순환기계질환이며 4위 고혈압, 5위 교통사고 등 각종 사고로 집계되고 있다. 70년대 중반까지 사망원인의 5위를 차지하고 50∼60년대에는 1∼2위까지 비중이 높았던 결핵은 6위로, 위장관염 등 소화기계질환은 10위 이하로 떨어진 반면 뇌혈관질환·암·고혈압 등 성인병이 사망원인의 대종을 이루는 양상으로 변모한 것이다. 또 과거문제가 되지 않았던 교통사고 등 각종사고와 연탄가스 등 중독이 각각 5위와 8위로 끼어 들었다.
급성 전염병의 감소도 지난 50년 동안에 극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콜레라·장티푸스·파라티푸스·디프테리아·이질·성홍열·일본뇌염·두창·발진티푸스·재귀열·유행성 뇌척수막염 등 1종 법정전염병의 이환률 (이환률)은 1930년 인구 10만명당 82·2명이 1940년 1백54명으로 증가했다가 60년대 이후 줄어 79년에는 1·0명으로 격감했다.

<뇌혈관질환 늘어>
75년 이후 정부의 공식통계에서는 이질·두창·재귀열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50∼60년대 연간 최고 수만명까지 발병, 3천여명까지 숨졌던 일본뇌염도 70년대 이후 발병률·치명률이 급격히 떨어져 80년에는 1백7명 발생에 4명 사망으로 공표됐다.
결핵·나병 등 만성전염병도 현저히 줄고 치료의약의 발전에 따라 결핵같은 것은 이제는 대수롭잖은 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중 성병은 감염률은 55년 전체업태부 (업태부)의 23·9%서 79년 7·5%로 줄었으나 종류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60년대 81·7%까지 많던 임질이 79년엔 43·4%로 줄고, 연성하감(연성하감)이 업태부 성병의 3· 6%서 0·8%로 거의 사라진 반면 매독은 7·1%서 14·1%로 2배나 늘었다. 기타 난치성병이 65년 7·6%서 79년엔 41·7%로 크게 늘어났는데 이는 주로 항생제 개발에 비래하는 병원균의 내성증가, 새로운 변이(변리) 내성병균의 출현 등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1세기 동안 우리 나라 질병양상 변화는 그대로 우리의 생활여건·생활양식의 변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요. 입고 자고 먹고 움직이는 생활전체가 1세기전과 비하면 완전히 달라진 것 아닙니까.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암이라든가 간염·당뇨병·고혈압 등은 우리 사회가 이제 선진국형의 퇴행성 인조질병시대(Age of Degenerative and man-make Dieases)에 들어선 것을 나타내주고 있읍니다.』
인구보건 연구원 박찬무 원장의 말.
문교수의 보고서는 앞으로 계속적인 출산율의 감소와 사망률의 저하로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인구의 노력화가 가속화되고 심장병·암·뇌혈관장애 및 교통사고에 의한 사망자의 수가 급증하는 반면 영양부족·소아마비·성홍열 등이 소멸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 폐렴과 기관지염, 인플루엔자 등이 문제로 남고 결핵환자는 줄어들지만 저소득층에서는 상당기간 계속 문제가 된다고 밝혔다.

<결핵은 저소득층에>
사망자의 적어도 60%가 심장병·암·뇌일혈 등으로 목숨을 잃고 또 불의의 사고로 인한 사망이 날로 증가할 2000년대를 내다 볼때 보건의료에 대한 사업전략도 달라져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개인차원에서의 보건의식도 변화되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전에는 대량으로 생명을 앗아가는 질병이 어떤 한 종류의 세균에 의해 일어났으므로 국제적이나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 균을 박멸하는 작업을 벌이면 대다수의 생명을 구할 수 있지만 현대 질병의 양상은 이와는 다르다.
고혈압·당뇨병·뇌졸증 등은 개인생활이 중요원인이 되므로 국가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또 약 2백종이나 되는 암만 하더라도 국제적인 노력에 의해 획기적인 퇴치법이 나오기까지는 개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전에는 어떻게 하면 오래사는가가 문제가 되었지만 이제는 오래 살게 되는데서 문제가 생기는 시대로 바뀐 것이다. <문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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