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엔 쿠마라스와미 보고서 철회 촉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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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군 위안부 강제동원 흔적을 지우기 위한 총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강제동원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한 1993년 고노(河野)담화 수정·무력화 시도에 이어 이번에는 유엔 인권위원회의 일명 ‘쿠마라스와미 보고서’ 철회를 공식 촉구하고 나섰다. 이 보고서는 96년 위안부를 ‘군사적 성노예’로 규정하고 일본 정부에 법적 책임 인정과 피해자 보상 등 6가지 사항을 권고하는 내용이다.

사토 구니(佐藤地) 일본 외무성 인권·인도 담당대사는 14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스리랑카의 법률가 라디카 쿠마라스와미(61·사진)를 만나 "제주도에서 젊은 조선인 여성들을 강제로 끌고 갔다"고 증언한 일본인 요시다 세이지(吉田淸治·사망)의 주장을 인용한 보고서 내용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8월 아사히(朝日)신문이 요시다 주장을 담은 위안부 관련 기사를 취소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당시 인권위 ‘여성에 대한 폭력’ 특별 보고관으로 위안부 보고서를 작성했던 쿠마라스와미는 “요시다 증언은 여러 증거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거절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16일 전했다. 실제로 그는 한국·일본을 방문, 위안부 할머니와 연구자들을 만난 뒤 보고서를 작성했으며 아사히 보도를 직접 인용하지는 않았다.

한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은 15일 중의원 외무위에서 “당시 일본 정부가 인권위에 제출했던 반박 자료 공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20년 가까이 비공개 관리해온 반론 문서를 공개해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보다 강하게 부정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영문으로 작성된 50쪽짜리 문서는 “근거로 삼을 수 없는 (요시다 증언) 자료를 무비판적으로 인용한 보고서를 명확히 부정하라”고 위원회에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곧바로 철회된 뒤 아시아 여성기금에 관한 짧은 문서로 대체됐었다.

이정헌 특파원 jhleeh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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