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중앙시평

생활체육 확대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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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필자가 스포츠와 인연을 맺은 지도 20년이 넘었다. 친구의 권유로 대한유도회 일을 맡게 되면서 단체모임에 부지런히 참석하고 맡은 일을 큰 허물 없이 수행한 덕분에 1995년 국제유도연맹 총재에 올랐고 2002년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선임되는 영예를 안았다.

올림픽이나 유도선수권대회 같은 큰 스포츠 행사를 치르면서 필자는 스포츠와 기업경영은 일맥상통하는 면이 많다는 점을 실감했다. 둘 다 목표와 전략이 분명해야 하고, 구성원의 역할 분담과 팀워크가 요구되며,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해 나가야 한다는 등 많은 면에서 서로 통한다.

현대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체육활동이 적극 권장돼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체육활동은 육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이 같이 어울려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법과 질서를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터득하고 서로 협동하는 등 사회성을 키울 수 있다.

인간은 성장 과정에 따라 각각의 시기에 맞는 체육활동이 요구된다. 먼저 인간으로서 스스로 생각하고 활동하기 시작하는 유년 시기에는 친구들과 여러 가지 놀이나 운동을 하면서 사회적인 삶을 배울 수 있다.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규칙이라는 것을 몸에 익히게 되고, 이 규칙들은 사회에서 법과 질서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 주위를 한번 돌아보면 어느 때부터인가 골목길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지고 말았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아야 할 시기에 우리의 아이는 학원으로 내몰리고 과외에 시달린다.

아이 스스로도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보다는 방안에 틀어박혀 인터넷에 접속하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는 데 더 몰두한다. 간혹 운동을 시켜도 축구.야구같이 타인과의 협동이 요구되는 운동보다는, 남에게 얻어맞지 말라고 태권도 같은 개인운동을 시키는 것이 고작이다.

이런 경향은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더욱 심화된다. 청소년기는 협동심을 키우고 더불어 사는 지혜를 배워야 하는 시기다. 그러나 우리 청소년은 상급학교 진학 문제로 밤늦도록 공부하기에 바쁘다. 요즘 청소년의 체격은 과거에 비해 커졌으나 체력은 급격히 약화되었다.

이러다 보니 놀이를 통해 규칙을 지키는 것을 배우고 상호 간 협동심을 길러 사회성을 발달시키는 일은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었다. 그 결과 요즘 아이들은 자기 자신만 생각하고 이기적이라는 평이 나온다. 팀워크가 뭔지 개념조차 없다. 그나마 남자는 군생활을 통해 협동의 중요성을 체험할 기회라도 있지만 여자는 이런 기회조차 없다. 가끔 보도되는 우리 아이들의 위험한 행동은 바로 어려서부터 사회성 형성이 부족한 데 따른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

건강한 노후를 위해서도 생활체육에 대한 투자는 필수적이다. 건강한 삶은 누구에게든 최고의 가치를 지니는 명제다. 특히 신체적 기능이 저하되는 인생의 황혼기를 건강하게 보내는 것은 복받은 일이다. 오래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말년에 병석에 누워 구차한 삶을 연장해 보았자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속담처럼 가족에게 못할 짓을 하는 셈이 되고 사회적으로 많은 비용을 부담 지우는 일이다.

평소 건강관리를 통해 물리적 나이에 비해 훨씬 젊은 건강나이를 유지하는 사람이 많다. 평소 체육활동에 꾸준히 투자하는 것은 투자비에 비해 30배 이상의 효과를 낸다고 한다. 5만원짜리 운동화 하나를 사서 닳아 떨어질 때까지 걷기를 하면 늙어서 150만원 이상의 의료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진료비가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늘어나는 의료비를 충당하느라 보험료도 많이 인상되었고 보험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매년 엄청난 국고지원금이 투입되고 있다. 모두 다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다.

건강보험 재정적자 문제에 적극 대처하는 방안은 국민의 건강을 스스로 지키고 예방하는 차원에서 생활체육을 일상화하는 것이다. 어린이의 사회성을 함양시키는 교육 수단으로, 청소년의 사회적 일탈 문제에 대한 근원처방으로, 노년층의 사회적 소외 문제를 극복하는 노인복지 정책으로서 생활체육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국제상업회의소(ICC)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