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대출은 고정금리, 단기는 변동금리 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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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두 달 만에 기준금리를 또 내리면서 사상 최저인 은행 예금 금리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은퇴자와 같은 이자 생활자들은 예금 중심의 자산관리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출자들은 대출금의 용도와 기간에 따라 고정금리냐 변동금리냐를 잘 선택해야 한다.

 은행연합회 금리 비교 공시에 따르면 현재 1년 만기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는 대부분 2% 초반대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면 통상 시장금리에 미리 반영되고 이에 따라 예금·대출 금리도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금리가 또 인하됨에 따라 ‘정기예금 금리 1%대’가 대세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 고재필 PB팀장은 “일본의 이전 상황을 추적해보니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해외 투자가 급격히 늘었다”며 “이자 생활자들은 정기예금과 함께 해외 투자, 중위험 투자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대출금리 하락도 불가피하다.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때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사상 최저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는 이날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2.27%로 전달보다 0.07%포인트 떨어졌다고 밝혔다. 잔액 기준 코픽스는 전월보다 0.04%포인트 떨어진 2.68%를 기록했다. 2010년 2월 코픽스를 도입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고정금리 대출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2010년 연 5%대였던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012년 말 4.16%, 지난해 말 3.74%에 이어 지난 8월 3.5%까지 낮아졌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자는 “주택 구입을 위해 받는 대출은 10년 이상 장기 대출이기 때문에 고정금리 대출이 유리하지만 생활비 용도로 받는 1~3년 단기 대출이라면 변동금리 대출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리가 이미 많이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이때가 고정금리로 갈아탈 기회”라며 “3년이 지나면 중도상환수수료도 면제되기 때문에 일단 고정금리로 대출받고 금리가 더 떨어지면 그때 다시 갈아타도 된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로 원화가치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해외 송금을 서두를 필요는 없어 보인다. ‘기러기 아빠’처럼 정기적인 송금을 하고 있다면 적립식 펀드와 마찬가지로 위험 분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안하다면 시중은행의 외화예금을 이용하면 환 위험 부담을 덜 수 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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