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공연 7시30분에 시작 직장인들 어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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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지각한 관객들이 모니터로 공연을 보고 있다. 예술의전당이 공연을 30분 앞당기려는 데 대해 일부에서 “지각 속출” 등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앙포토]

직장인은 오후 7시30분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공연장에 도착할 수 있을까-.

 예술의전당이 음악회 시작시간을 앞당긴다. 예술의전당은 최근 “내년부터 음악당의 평일 공연시간을 오후 8시에서 오후 7시30분으로 조정한다”는 공문을 50여 개 대관 단체·개인에 보냈다. 음악당 내 3개 무대(콘서트홀·리사이틀홀·IBK챔버홀)에서 열리는 내년 공연 1000여 개가 조정 대상이다.

 현재 공연 시작 시간인 오후 8시는 2005년 정해졌다. 이전에는 오후 7시30분이었다. 음악당이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재개관한 2005년 하반기부터 30분 늦춰졌다. 직장인들의 퇴근 시간과 교통 체증을 고려한 결과다.

 예술의전당이 10년 만에 다시 30분 당기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오후 8시에 시작할 경우 오후 10시 넘어 끝나기 때문에 너무 늦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고 한다. 여기에 최근 해설을 곁들인 음악회가 늘고, 또 대규모 작품도 자주 연주돼 공연 시간 자체가 길어지는 추세를 반영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또 다른 불편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술의전당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이 소식을 들은 관객들이 “오후 7시에 퇴근하는 직장인은 어떻게 하느냐” “지하철역에서 공연장 가는 데만 20분이 걸리는데 저녁 먹을 시간은커녕 예매 티켓을 받을 시간도 빠듯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공연을 주최하는 기획사도 난감해하는 반응이다. 한 기획사측은 “실제로 표를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 직장인이다. 강북에 회사가 있는 경우 시간에 맞춰오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기획사 관계자는 “오후 6시에 정확히 퇴근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시작 시간만 당기면 티켓 판매에도 영향이 있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실제로 한 연주단체 관계자는 “소식을 들은 고객들이 ‘시간을 바꾸지 말아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예술의전당 측은 “강제성은 없고 여론을 수렴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내년 하반기 공연은 이미 오후 7시30분으로 대관 공고 때부터 정해서 알렸다. 또 상반기에 오후 8시로 공연장을 빌린 단체들에는 “오후 7시30분으로 변경 불가능한 경우에 사유를 제출해달라”고 전달한 상황이다. 사실상 시간 변경을 확정한 것이다. 내년 4월 열리는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은 이미 오후 7시30분으로 시작 시간을 변경해 티켓 판매 중이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일부 반대가 있는 것도 맞지만, 찬성하는 쪽은 의견 표명을 안 하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을 수 있는 점도 고려해달라”며 “음악회보다 공연 시간이 긴 오페라극장에서의 오페라·발레 공연은 원래부터 오후 7시30분에 시작했는데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간휴식 시간을 15분에서 20분으로 늘려 저녁 식사를 할 수 있게 하는 식으로 보완책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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