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 토론방] 교장 선출·보직제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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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학교를 파벌로 나누고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정치판으로 만들자는 것인가. 지금은 교육의 본질과 교사의 본분을 잊은 채 교육 수요자의 학습권을 저버린 수준 미달의 교사를 교단에서 퇴출시킬 교사평가제도를 도입할 때다.

▶수업에 방해될 것이다. 대학교수들에게도 끊임없는 연구 성과를 요구하는 시대다. 교사들의 무한 경쟁을 유도하는 시스템을 먼저 도입해야 한다.

▶너무 위험한 발상이다. 현행 승진제도의 순기능을 보완하면 된다. 현 제도에서는 벽지.낙도.농어촌 지역에 근무하면 가산점을 준다. 그나마 이 제도가 있어 벽지학교에도 우수한 선생님들이 왔다. 제도가 바뀌면 누가 벽지에서 근무하려고 하겠는가.

▶대학총장 선출제에도 부작용이 많다. 이를 중.고등학교에 도입하는 것은 교육자의 본분을 저버리는 일이다. 교사는 교사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하면 된다.

▶우리 선거풍토를 감안하면 인물이나 공약보다 학연.지연이 교단을 흔들 것이다. 교장은 교사.학부모 등 유권자의 눈치보기에 급급하고, 편을 갈라 상대방 흠집내기에 열을 올릴 것이다. 선출권 없는 학생은 관심에서 멀어져 그 폐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교장은 학교의 관리자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와 같다. 관리자를 뽑는 것은 주인의 몫이다. 그래서 CEO는 주주가 결정한다. 적어도 재정 측면에서 본다면 현재처럼 공립인 경우는 국가가, 사립은 이사회가 교장을 선임하는 방식이 잘못된 게 아니다. 전교조의 주장은 사원들이 사장을 뽑아야 한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언뜻 보면 민주적인 것 같지만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학교는 정치투사들이 사는 곳이 아니다. 교장선출제가 된다면 임기 내내 학부모와 많은 교사의 눈치를 볼 게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