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쟁지지 亞太국가에 '賞'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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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국이 아시아 .태평양 국가 가운데 이라크전을 지지한 나라엔 '상(賞)'을, 반대한 나라엔 '벌(罰)'을 주는 논공행상(論功行賞)을 시작했다고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이 28일 보도했다.

신문은 미국 외교관과 해당국가 관리들의 말을 인용,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전 지지를 선언했거나 병력.기지 등을 지원한 국가들에는 이라크 재건 참여 등의 혜택을 부여하는 반면, 반전을 선언했거나 비난한 국가들에는 정부 간 교류 축소 등 불이익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받는 나라들=자국의 항만시설을 개방, 이라크로 이동하는 미군들에게 편의를 제공했던 싱가포르는 칠레를 제치고 숙원이던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조만간 체결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신문은 "미국 관리들이 협정의 조기 승인을 위해 의회를 압박하고 있는데 이는 보상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필리핀이 이라크 재건사업에 자국 근로자 10만명을 투입하는 '특혜'를 누리게 된 것도 역시 전쟁 지지 선언 덕이라고 지적했다.

◆벌받는 나라들=미국을 '국제법 위반자'라 비난하며 영공 사용 등에 대해 일절 협조를 거부했던 말레이시아는 '괘씸죄'1순위에 올랐다.

부시 행정부는 미국 항공사들에 콸라룸푸르를 경유하는 항공노선을 싱가포르 등지로 변경하라는 압력을 넣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아태 지역 미국 동맹국 중 유일하게 전쟁지지 선언을 하지 않았던 태국도 '중립을 지킨 죄'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올해 말 탁신 태국 총리가 미국을 방문하지만 부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기회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같이 반전 입장이라도 인도네시아는 '2억명이나 되는 이슬람교 국민의 반전 여론을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정상이 참작돼 '처벌'을 면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신문은 "미국의 '우리 편에 서야 친구이며, 중립조차 적'이라는 식의 자기중심적.이분법적인 행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질 것"이라면서 "전세계 이슬람 인구의 20%가 살고 있는 아태 지역의 반미감정은 더욱 격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신문은 미국을 도와 이라크전 파병을 단행한 한국이 어떤 대우를 받을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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