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南通新 사용설명서] 요우커의 남다른 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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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해전술(人海戰術).

 명동 거리를 장악한 요우커(遊客·중국 관광객)를 보며 뜬금없이 이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서 지하철 을지로입구역까지 불과 수백 미터 거리를 걸어가는 동안 쏟아지는 요우커에 압도돼 걸음을 제대로 옮기기 어려울 정도였으니까요. 한국이 좋아 한국서 돈 쓰러 온 사람들한테도 이렇게 위압감을 느끼는데 전쟁통에 중공 군복 입은 적군으로 만났으면 얼마나 무서웠을까, 라는 엉뚱한 생각도 살짝 해봤습니다. 어쩌면 총알이 아니라 돈으로 무장했기에 더 무서울지도 모르겠지만요.

 하여간 막강한 엔고(円高)의 위세를 등에 업고 국내 면세점을 싹쓸이했던 일본 관광객이 빠져나간 자리를 지금은 이렇게 요우커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사실 요우커의 남다른 구매력은 새삼스런 뉴스가 아닙니다. 거의 매일 국내외의 다양한 언론매체에서 관련 기사를 쏟아냅니다. 그럼에도

이 또 다루기로 한 건 요우커가 기존의 해외 관광객과는 사뭇 다른 흔적을 남기기 때문입니다. 좀 과장하자면 도시의 풍경까지 바꾼다고나 할까요. 江南通新은 바로 이 흔적을 좇아보기로 했습니다.

 어디든 관광지엔 관광객을 상대하는 다양한 관광산업이 발달하기 마련이죠. 관광객들은 먹고 자고 쇼핑하며 돈을 쓰고는, 그곳을 떠납니다. 돈만 떨구고 가는 거죠. 한때 한국의 큰손 노릇을 했던 일본 관광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요우커는 다릅니다. 요우커는 기존 상권을 자신들 입맛에 맞게 바꿔놓는 것은 기본이요, 요우커가 잘 가지 않는 곳까지 영향을 끼칩니다. 요우커가 즐겨찾는 곳은 요우커가 좋아하는 화장품 가게로 싹 바뀌고, 요우커 발길이 아직 미치지 않은 곳은 요우커를 피해 달아난 한국 고객이 그곳의 상권을 또 바꿔놓는 식입니다.

 과장이 아닙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요우커의 73.1%가 화장품을 살 만큼 요우커가 화장품 쇼핑을 즐기는 탓에 2008년 27개에 불과했던 명동 화장품 가게는 2013년 110개로 늘었습니다. 요우커 몰리는 곳엔 한국 고객이 썰물처럼 빠지기에 요우커가 좋아하는 가게만 살아남는 거죠. 동대문이 심야영업을 점차 줄이는 데도 비슷한 배경이 있습니다.

 이번 주 江南通新은 커버스토리 ‘요우커 인베이전’ 외에도 다양한 요우커 관련 기사를 담았습니다. 또 최고의 중국 요리사 자리에 오른 화교 출신 여경래·경옥 형제 얘기는 ‘당신의 역사’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메트로G 팀장=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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