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혼란한 여권, 대통령이 리더십 발휘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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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여권의 내부 싸움이 가관이다. 청와대와 정부, 그리고 여당이 국정 난맥상에 대한 책임을 상대에게 돌리고 있다. 정권 핵심인사들이 서로에게 손가락질만 한다. 나라는 방향을 모르고 표류할 수밖에 없다. 책임공방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내부 갈등을 수습하고 방향을 재설정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최근의 모습을 보면 분명히 이 정권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해찬 총리는 '대통령의 측근과 사조직의 발호'를 경계하고, 대통령 측근이라는 염동연 의원은 총리를 향해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반발했다. 이쯤 되면 갈라선 집안이나 다름없다. 감정의 골이 문제가 아니다. 현실을 보는 문제인식이 제각각인 것이 더 문제다. 경제부총리 출신의 여당 의원은 위원회 중심의 국정운영을 비판하면서 "전문가들이 있는 행정부에 국정을 맡겨라"고 하는데, 청와대는 "번지수가 틀렸다"고 반박한다. 당에서는 '대통령의 이상주의에 근거한 정책 추진'을 비판하면서 "정부가 정책을 수립하면 당은 뒤치다꺼리나 하고 있다"고 불만인데, 청와대는 "당정분리 원칙에 변함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렇게 서로 공방만 하고 있어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우선 여당의 지적에 청와대가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의원들은 수많은 지역구의 주민들과 접촉하기에 국민의 불만이 무엇 때문인 줄 잘 안다. 정책 수립과정에서 여당을 소외시켜 놓고 뒷수습이나 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 당정분리란 대통령이 당의 인사권.공천권까지 장악해 제왕적 대통령 노릇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러나 정부가 하는 일에 당은 뒷짐지고 있으라고 한다면 정당정치.책임정치가 필요 없지 않겠는가.

열린우리당의 책임도 있다. 여당이 총선에서 승리한 데 안주하면서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국정에 반영하는 데는 게을렀다. 내부 주도권 싸움, 공허한 이념논쟁에만 매달렸지 국민 실생활에는 무관심했다.

이런 상황의 해결을 세월에만 맡길 수 없다. 나라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여권의 내부 혼란에 지도력을 발휘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