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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멕시코…밤의광장에 거리의 악사들 넘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멕시코시티는 해발 2천4백m고지여서인지 한여름인데도 별로 덥지않았다.
나는 괜찮은데 운보는 숨이 차다고 불편해 했다. 그러면서도 아스테카문명의 발상지인 유카탄에 가자고 부추겼다. 건강에 이상이라도생기면 어쩌나 싶어 걱정도 되었지만 l주일이 걸리는 고적관광지여서 냉큼 엄두를 낼수 없었다.
그렇다고 멕시코까지 와서 유카탄을 못본다는 것도 말이 아니어서이럴까 저럴까 망설이고 있었다.
운보의 컨디션을 살피면서 우선시내관광부터 시작했다.

<유카탄에 꼭가자>
맨먼저 68년 멕시코올림픽 때 우리나라에서 기증한「한국정」에 가보았다. 공원모퉁이에 자리잡은 육각정자의 단청한 색깔이 아직 그렇게 바래지않아 숲사이에서 의것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다. 말없는 정자련만 마치 이역만리에서 한국사람이라도 만난것처럼 반가왔다.
멕시코사람들이 쓰고다니는 선블래로를 본떠서 만들었다는 올림픽메인 스타디움도 들어가 봤다. 그때는 6만명밖에 수용할수 없었는데 지금은 늘려서 8만명이 들어갈수있게 넓혔단다. 설계자는 현멕시코건설부장관「라미레스」였다. 「라미레스」는 IOC위원일뿐아니라 멕시고코시티 시립대총장을 역임한 쟁쟁한 사람이다.
그는 자기네나라 국회의사당을 설계하기위해 우리나라에까지 와서 여의도국회의사당을 샅샅이 돌아보고갔다.
멕시코대학도서관을 삥삥돌면서 벽화를 눈여겨봤다.
원색돌로 모자이크한 그림이 여간 웅장하지 않았다.

<극장 장식도 벽화>
벽화를 보는 동안 일진사풍에 소나기 한줄기가 몰려와 대지를 한바탕 적시고 지나갔다.
소나기가 멎은후에 보는 벽화는한결 새로왔다.
돌아오는 길에 보니 극장의 장식도 선전포스터도 온통 벽화였다. 멕시코 벽화가 유명하다는 이야기는들었지만 이렇게 실생활에까지 응용하고 있는줄은 미처 몰랐다. 원래 이나라에선 그림은 귀족의 전유물이었는데 서민들에게도 감상할 기회를 주기위해 공공건물부터 벽화로 꾸몄다는 것이다.
멕시코에서 벽화는 그야말로 대중미술인 셈이다.
밤에는 거리의 악사들이 득실거리는「마리아치광장」에 나갔다. 광장에서 악사들이 노래를 연주하고 관광객들에게 돈을 받았다.
산타세실리아라는 술집에 들어갔더니 관광객이 꽉차 있어 자리를 얻기조차 힘들었다. 웨이터에게 한국에서 가지고간 동전을 주고 좋은 자리를 얻었다. 마치 공연장처럼 한가운데 무대가 마련돼있었다. 노래하고 춤추고 마술도 했다.
막간을 이용, 쌍쌍이 충을 출수있게 음악을 내보내줬다. 운보는 인디언춤이 신기한듯 스케치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민속·역사 한눈에>
이튿날은 현대미술관과 멕시고의「피카소」로 통하는 시케이로스 기념관을 구경했다.
현대미술관은 시설도 좋았지만 전시작품도 뛰어나 미술수준이 높은나라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국립박물관은 이나라의 민속과 문화와 역사를 알수있는 산교육장이었다.
각지방의 생활모습을 나타낸 2층 민속박물관에서 운보는『시집가면서 은장도를 놓고왔다』고 아래층으로 뛰어내려가 안내자에게 맡긴 짐속에서 스케치북을 꺼내들고 올라오는 열성을 보였다. 전시가 어찌나 잘 되어있던지 운보는 붓을 들고『유카탄에 안가고도 여기서 다볼수 있다』고 신명이 나 자리를 뜰줄 몰랐다. <이규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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