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품 관세 대폭 인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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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회원국 통상장관들은 공산품(비농산물) 부문의 관세를 대폭 낮추기로 했다. 자유무역 증진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세계적 다자교역 규범인 뉴 라운드(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을 2006년까지 완전 타결하기 위해서다.

한국.미국 등 21개 APEC 회원국 통상장관들은 3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폐막한 '2005 APEC 통상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APEC 제주 성명'을 채택했다.

세계 교역량의 46%를 차지하는 APEC 회원국들이 공산품 관세의 대폭 인하에 합의함에 따라 오는 12월 홍콩에서 열리는 제6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서도 이 같은 방안이 채택돼 2007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공산품 관세가 낮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회원국들은 이번 회의에서 공산품 관세 인하 방식으로 관세가 높을수록 더 많이 낮추도록 하는 '스위스 공식(Swiss Formula)'을 적용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대부분 공산품 수입국인 개발도상국들은 공산품 관세 인하 방식에 '스위스 공식'이 채택될 경우 선진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교역 환경이 조성된다며 반대해 왔으나 이번 제주회의에서 '스위스 공식'을 채택하기로 동의했다.

회원국들은 이와 함께 DDA 협상의 또 다른 주요 의제지만 그동안 부진했던 서비스 분야 협상을 원활히 하기 위해 각국이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 목표를 만들자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이번 통상장관회의 의장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APEC 회원국들이 공산품 관세 인하에 '스위스 공식'을 채택함에 따라 좌초될 위기에 놓였던 DDA 협상이 회생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며 "주요 공산품 수출국인 우리나라의 국익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스위스 공식=나라별 평균 관세율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관세가 높을수록 더 많이 낮추도록 하는 과감한 관세 인하 방식. 그동안 개도국들은 모든 국가가 관세를 일률적으로 낮춰 평균 관세율이 높은 국가들에 유리한 '지라르 공식'을 주장해 왔다.

서귀포=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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