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람 사람] "품위있는 죽음 준비해야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최준식(49)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가 동료 교수 및 전문가 20여 명과 함께 4일 '한국죽음학회'를 창립한다. 국내에서 죽음을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학회가 생기기는 처음이다.

그는 "죽으면 모든 게 끝이라고 여기는 가치관 때문에 그간 우리나라에선 죽음을 애써 외면해 왔다"며 "그래서 다들 막판까지 삶에만 집착하다 보니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죽음을 맞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병원 중환자실을 생각해보세요. 과도한 투약과 치료 때문에 수많은 중환자가 정신을 반쯤 놓은 상태로 삶을 마감합니다. 그보다는 남은 시간 동안 차분히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품위있게 죽음을 맞이하는 편이 본인과 가족에게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최 교수는 학회 활동을 통해 이 같은 풍토를 바꾸려고 한다고 말했다.

"미국 대학엔 죽음에 관한 과목이 여럿 개설돼 있습니다. 학생들은 해부 과정을 직접 살펴보거나, 의학적으로 사망 진단을 받았다 다시 살아난 사람들의 체험담을 들으며 죽음의 본질을 이해하려 노력하지요."

그는 "앞으로 죽음에 대한 다양한 연구 내용을 팸플릿으로 제작해 병원 등에 무료 배포할 생각"이라며 "그러다 보면 사람들의 의식도 서서히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도적으로도 달라져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지요. 지금은 집에서 가족과 함께 편안히 죽음을 맞으려 해도 병원 이외엔 시신을 수습하는 곳이 없어요. 아파트의 경우 시신을 집 밖으로 운구하자면 곤돌라를 써야하는 불편도 있고요."

최 교수는 "학회에 장례, 호스피스, 노인복지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 만큼 좋은 대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신예리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