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481. 검불 / 덤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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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휴일을 맞아 등산 동호회원들과 함께 북한산에 올랐다. 숨을 헐떡이며 몇 번씩이나 지돌이를 한 끝에 오른 숨은벽 능선, 때늦은 철쭉꽃과 가지들이 덤불이 돼 오솔길을 막고 있다. 시원한 물소리와 산새소리.바람소리에 취해 잠시나마 세상의 시름을 잊었다.

이처럼 산이나 숲에서 '덤불'을 만날 때 '검불'이라 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덤불'과 '검불'은 의미가 다르다. '덤불'은 "언덕 너머로 넓은 덤불이 형성돼 있다"처럼 어수선하게 엉클어진 수풀을 뜻한다. '검불'은 "풀밭에서 일어나니 옷 여기저기에 검불이 붙어 있었다"와 같이 가느다란 마른 나뭇가지, 마른 풀이나 낙엽, 지푸라기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잘 쓰이지는 않지만 검불과 관련된 단어가 많다. 검불의 부스러기를 뜻하는 '검부러기', 먼지나 실밥 따위의 여러 작은 물질이 뒤섞인 검부러기를 의미하는 '검부저기'가 있다. 서로 한데 뒤섞이고 엉클어져 갈피를 잡을 수 없이 어수선한 모양을 뜻하는 '검불덤불'도 있는데 이는 "실타래 엉키듯이 일이 검불덤불 꼬였다"처럼 쓰인다.

권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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