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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가 못 주겠다는 보험금, 3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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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최근 5년 간 생명보험사들이 지급을 거절한 보험금이 3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금을 받아달라는 민원은 그 사이 3배나 늘었다. ‘필요할 때 힘이 돼주겠다’던 보험사들의 약속이 무색할 정도라는 지적이다.

 12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박대동 의원에게 제출한 ‘생명보험사 보험료 부지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 6월까지 생보사가 지급하지 않은 보험금은 3조7068억원(7.2%)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1년엔 지급하지 않은 보험금이 전체 청구액 대비 6.6%였는데 갈수록 늘어 올 상반기엔 7.6%에 이르렀다.

 중증질환 병원비처럼 청구한 보험금이 많을수록 받기는 더 어려웠다. 지난해 기준 전체 미지급된 보험금(7968억원) 가운데 청구액이 1000만원 이상인 경우는 5945억원으로 74.6%다.

 보험금을 받아달라는 민원은 같은 기간 432건에서 지난해 1247건으로 3배 가량 늘었다. 금감원의 분쟁조정을 거치거나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받은 보험금은 5년 간 1124억원(5673명)이었다. 절반 이상인 57%는 대형사인 삼성생명(327억원)과 교보생명(318억원)을 상대로 한 싸움이었다.

 보험사들은 금감원이 약관에 따라 지급하라고 결정한 보험금 지급도 소송전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최근 ING생명은 재해사망특약 가입 후 2년이 지나 자살하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기로 약관에 명시하고도 금액이 적은 일반사망보험금을 지급해 금감원으로부터 과징금(4억5300만원)과 기관주의 조치를 받았다. 금감원은 이와 유사한 이유로 분쟁조정이 접수된 나머지 9개 생보사에 대해 추가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권고했지만 이를 받아들인 보험사는 현대라이프·에이스생명 두 곳 뿐이다. 삼성·교보생명 등 나머지 보험사들은 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보험금 청구액만 2179억원(2647건)에 달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관련 상품을 판매한 17개 보험사들에 대한 서면조사를 마치고 이달 중 현장검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생명보험협회를 중심으로 업체들의 지급거부 결정 과정에 담합이 있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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