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홍콩 간섭 거부" … 메르켈에 송곳 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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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와 리커창 중국 총리가 10일 독일 베를린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홍콩 민주화 시위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베를린 AP=뉴시스]

중국과 독일 정상이 홍콩 민주화 시위를 놓고 날카로운 공방을 벌였다. 신화통신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독일을 방문 중인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10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항상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을 가져왔으며 홍콩 문제에 대해 외부에서 간섭하는 것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은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이미 행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정책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중국은 홍콩인뿐 아니라 모든 외국 투자자들의 합법적 이해관계를 보호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리 총리의 이 발언은 직전 메르켈 총리가 홍콩 시위와 관련, “시위가 대체로 평화적이었고 앞으로 홍콩 시민이 만족할 수 있는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통해 문제가 해결됐으면 한다”고 언급한 데 따른 것이다. 리 총리의 발언은 독일 등 서방 세계가 홍콩 시위에 대해 논평하는 것 자체를 내정 간섭으로 보고 거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중·독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모두 181억 달러(약 19조4200억원)에 달하는 110개 경제 협력안에 서명했다. 이는 지금까지 중국이 외국과 맺은 경제 협력 규모 중 최대다. 여기에는 중국항공기재집단공사의 A320 항공기 70대의 구매 계약과 함께 양측이 톈진(天津)에 설립하기로 한 A330 조립 및 유통센터에 투자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벤츠 자동차를 생산하는 다임러그룹은 중국에 10억 유로를 투자하고 폴크스바겐은 중국 측과의 합작기업 계약을 25년 늘린 2041년까지 이어지도록 했다.

독일 최대 이동통신사인 도이체텔레콤도 내년에 중국과 합작 기업을 만들어 자동차에 적용되는 무선기술 사업을 시작한다. 리 총리는 11일 양국 경제 및 기술협력 포럼에 참석해 “중국은 올해 7.5% 전후의 경제 성장을 하는 데 문제가 없으며 산업 효율성이 제고된다면 이보다 약간 높거나 낮아도 문제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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