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의 서클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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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종래 대학문제에서 주요한 몫을 차지하던 「학생서클」문제가 앞으로 크게 해소되리라는 기대다.
그것은 문교부가 최근 전국대학 학생처·과장회의에서 새학기 학생지도 문제를 협의하면서 유연한 정책전환을 약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술이념서클을 포함한 학생들의 서클활동이 학생들의 자율에 맡겨지며 기존질서를 크게 해치지않는한 활발한 학내활동도 허용할수 있다는 취지의 문교부방침도 시달되고있다.
이는 매우 고무적인 사태발전으로서 우리 문교당국이 과거 능사로했던 고식적이고 소극적인 학생지도의 영역을 벗어나 발전적이고 적극적인 학생지도의 노력을할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평가할만하다.
그것은 어느 의미에서 그간 괴리되고 단절을 겪었던 학생과 교수, 또 학생과 정부당국 사이를 이해와 신뢰의 관계로 발전시키는 결단이라할수도 있다.
서클활동은 원래 학생들의 자유의사와 절실한 요구에 의해 이루어지는 활동이다.
대학생들이 서클활동에서 기대하는 것과 얻고있는 것에 대한 이해가 없이 기성세대가 불필요한 간섭과 위구심만을 앞세운다면 이는 상호간에 커다란 불행만을 남길뿐이다.
왜냐하면 기성세대가 우리 대학생들을 신뢰하지 못하고 경계만 한다는 것은 단순히 세대격차에 의한 세대간 불신을 조장하는 것만이 아니고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새세대에 대해 부당한 장애와 무능을 강요하는 결과만 가져올 뿐이라는 관점이 중요한 때문이다.
더우기 대학생들은 대부분 연령상 이미 성년에 있으며, 전반적인 국민교육수준에 비추어도 결코 무지몽매한 대중속에 포함되는 계층은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우리사회의 선진적인 지적엘리트집단의 성격이 짙다.
그러니만큼 이들 젊은대학생은 자의식도 강하고 민족과 국가의 장래에 대해서도 나름대로의 구상을 가진 의식집단으로 인정해야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들의 서클활동도 그런 차원에서 이해하고 고무해야 할줄로 믿는다.
대학생들은 서클활동을 단순히 취미 오락의 차원에서 한정하진 않는다.
그들은 거기서 교양과 지적욕구를 만족시키고자 하고있다.
이들은 서클에서 지도력을 높이고, 세상을 보는 안목을 기르며 단체활동·조직활동력을 훈련할수도 있다.
취미와 교양을 만족시키면서 아울러 민족적 자의식을 고취하는 활동도 꾀한다.
특히 80년대의 대학생은 과거의 서클운동과는 다른 이념으로 무장하는 지성의 모임으로 발전하고있다.
그점에서 「이념서클」의 지향은 반드시 좋은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위험시할 것도 없다. 우리는 모든 대학생들이 이념적인 인간으로 교육되길 기대하지 않는것 못지않게 자유로운 이념세계에 침잠할줄도 아는 대학생들의 건전한 지적노력에 희망을 갖는 때문이다.
어떤 사상, 어떤 서적을 읽는 것을 미리 걱정하고 통제하기보다는 뜻있는 학생들로 하여금 깊이있게 연구하도록 장려하는 분위기를 과감히 도입하는 것이 오히려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학생들이 감시의 눈을 피해 지하에 숨어서 연구하고, 객관성을 잃은 왜곡되고 편향된 주장만에 탐닉하게되는 경우다.
그점에서 이 시대의 이념지향 서클들은 개방적이고 학구적인 토론활동에 적극 나서야하며 대학당국과 정부로서도 이를 적극 권장해야겠다.
학생과 교수가 허심탄회하게 우리사회의 문제들을 토론하고 극복의 논리와 지혜를 거기서 얻을수 있도록 자유를 보편화하는 노력도 있어야겠다.
학생 서클활동은 학생이 주인공인만큼 어디까지나 학생의 자율적으로 운영해야하며 이들의 자유로운 의견교환과 연구분위기가 가장 중요한 것임이 인식되어야겠다.
물론 이럴때 교수들의 상응한 노력이 없어서는 안되겠다. 서클활동에서 학생들의 자율이 강조되긴 하나 이에 적절히 대응할수 있는 교수들의 역량과 노력은 더욱 중요한 역할로 나타날 것이다.
문교부의 이념서클 양성화방침에 기대하면서 이의 실제적 성공을 기원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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