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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된 강수정 아나운서의 소설 태교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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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취미가 아니라면 임신기라고 해서 엄마의 재미를 포기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추리소설에 심취해 있는 동안 시간이 잘 간다는 장점도 있고요. 사건 해결 과정에서 느끼는 짜릿함도 임신 중 우울함을 상쇄시키는 데 좋았어요.


아무에게나 허락되지 않는 부모라는 이름의 가장 고귀한 축복. 지난 8월 25일 강수정 아나운서가 득남과 함께 엄마가 되었다. 결혼 6년 만에 얻은 선물이다. 엄마라서 행복한 그녀의 출산 후 첫 인터뷰.

나의 또 다른 분신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벅찬 감동, 요즘 강수정 아나운서는 하루하루 충만한 행복 속에 살고 있다. 부부의 연을 맺으며 하나에서 둘이 되었을 때도 부러울 게 없었지만, 아이가 태어나 완벽한 가족을 이루고 보니 세상이 온통 아름답게만 보인다. 가만있어도 절로 웃음이 나고, 누가 아이 얘기만 꺼내도 어느새 팔불출 엄마가 되고 만다. 출산한 지 3주가 지나도록 축하 인사를 받느라 정신이 없는 그녀는 “하루하루 가슴 벅찬 행복을 느끼고 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아이를 낳기 전날까지도 제 몸 안에 또 다른 생명이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막상 눈앞에 나타나니 벅차오르더라고요. 눈물보다는 웃음이 나오고요. 너무 행복해서 가슴이 뛰고 기쁨을 주체할 수가 없어요.”

모유 수유하며 아이와 교감

지난 8월 말 울음으로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며 태어난 아이. 2008년 재미 교포 출신 펀드 매니저와 결혼한 강수정 아나운서는 이제 여자, 아내를 넘어 ‘엄마’라는 수식어까지 얻게 됐다. 한 차례 아픔이 있어서인지,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하다는 그녀의 안부가 유난히 반갑고 감격스럽다. 3.57kg의 건강한 사내아이. 태명이 ‘미니범’인 아이의 진짜 이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여러 이름을 놓고 가족 모두가 고심 중이란다. 미니범은 남편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출산하자마자 남편이 건넨 첫마디는 ‘고생했다. 아기가 당신 닮아서 아주 귀엽다’였어요. 어렵게 가진 아기라 가족들이 다 울 줄 알았는데 저처럼 다들 환하게 웃더라고요. 아직까지 웃음이 멈추질 않네요.”

매일 아기에게 젖을 물리면서 엄마가 되었음을 조금씩 실감하고 있는 그녀는 이제 제법 “아가야~ 엄마야~”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하지만 행동까지 자연스러워지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처음 아이를 마주했을 땐 낯설었어요. 이렇게 다 큰 아이가 제 안에 있었다고 생각하니 놀랍기도 했고요. 한번은 젖을 먹인 후 트림을 시키려고 아이를 안았는데 아이의 숨결이 제 볼에 닿은 거예요. 그제야 내 아이구나, 내가 진짜 엄마가 됐구나 하는 느낌이 들더군요. 뭉클했어요.”

그녀와 남편은 물론 가족들 모두 아이에게 콩깍지가 단단히 씌어져 있다. 이제 한 달도 안 된 신생아의 이목구비를 두고 감탄을 금치 못한다. 객관적으로 보면 귀엽고 주관적으로 보면 잘생겼다며, 세상 모든 부모가 그러하듯 ‘내 자식이어서가 아니라’라는 단서도 덧붙인다. 그녀는 이미 ‘아들 바보’다.

“막 출산했을 때는 누굴 닮았는지 가늠이 안 됐는데 이제는 살짝살짝 보여요. 눈을 감고 있으면 남편을 아주 많이 닮았고, 눈을 뜨면 제 모습도 보여요. 그런데 아직 아기여서 그런지 매일 얼굴이 달라지는 느낌이에요. 눈이 쌍꺼풀 없이 제법 큰 것 같아서 소지섭씨나 김수현씨의 눈처럼 되길 바라고 있어요. 이런 얘기하면 남편이 뭐라 할지도 모르겠네요(웃음).”

태몽도 꾸지 않았고, 임신 기간 동안 친정에만 있었다는 그녀. 임신 중에 뭐가 가장 힘들었느냐고 물으니 ‘약간의 입덧’과 ‘조심하느라 운전도 못 하고 친구들도 한동안 못 만난 것’이라고 한다. 두 번 다시 같은 아픔을 겪고 싶지 않기에 작은 부분에도 조심하고 또 조심하다 보니 외출한 횟수를 손에 꼽을 정도다. 집에서는 온전히 책만 봤다. 읽고 싶은 책 위주로 읽다 보니 평소 좋아하던 추리 소설을 많이 읽었다.

“태교는 엄마를 위한 시간이잖아요. 교육도 지나치게 주입식이어서 문제인데, 태교까지 주입식으로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마구 좋다는 음악을 듣고, 마구 좋다는 음식을 먹고, 마구 좋다는 책을 읽는 식으로 말이죠. 좋은 태교란 엄마가 있는 그대로의 생활 속에 태어날 아이의 자리를 만들어주고, 아이가 보내는 신호에 충실히 귀 기울이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요? 아이와 엄마가 이 순간을 즐기고 대화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녀는 태교를 위해 읽은 건 아니지만, 추리소설을 읽은 게 결국 태교가 된 것 같다고 말한다. 좋아해서 푹 빠질 수 있고 그래서 힐링 할 수 있다면, 추리소설도 즐거운 태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추리소설은 해결해야 할 사건이 등장하고 그것을 풀어내는 과정이 흥미진진해요. 위험한 취미가 아니라면 임신기라고 해서 엄마의 재미를 포기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추리소설에 심취해 있는 동안 시간이 잘 간다는 장점도 있고요. 사건 해결 과정에서 느끼는 짜릿함도 임신 중 우울함을 상쇄시키는 데 좋았어요. 특히 임신 중 배가 고프면 입덧이 심해지곤 했는데, 식욕마저 잊고 몰입하게 만드는 추리소설이 저에게는 도움이 참 많이 됐던 것 같아요.”

woman.joinsmsn.com 출산하자마자 남편이 건넨 첫마디는 ‘고생했다’였어요. 어렵게 가진 아기라 울 줄 알았는데 행복한 웃음만이 나오더군요. 엄마라서 행복해요.“추리소설은 해결해야 할 사건이 등장하고 그것을 풀어내는 과정이 흥미진진해요. 위험한 취미가 아니라면 임신기라고 해서 엄마의 재미를 포기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추리소설에 심취해 있는 동안 시간이 잘 간다는 장점도 있고요. 사건 해결 과정에서 느끼는 짜릿함도 임신 중 우울함을 상쇄시키는 데 좋았어요. 특히 임신 중 배가 고프면 입덧이 심해지곤 했는데, 식욕마저 잊고 몰입하게 만드는 추리소설이 저에게는 도움이 참 많이 됐던 것 같아요.”

기억에 남은 책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요나스 요나손), ‘미비포유’(조조 모예스), ‘스노우맨’(요 네스뵈), ‘네메시스’(요 네스뵈), ‘레오파드’(요 네스뵈), ‘모방범’(미야베 미유키) 등이다. 그녀는 “임신 기간 동안 지루하고 조용하게 보냈다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책 읽는 시간이 배 속 아이와 교감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며 “엄마가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면 임신기는 추리소설을 읽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강수정식 소설 태교’인 셈이다.

어렵게 가진 아들, 감동의 첫 출산

초음파 검사를 통해 새 생명의 존재를 확인한 후에는 하루하루 기대감이 컸다. 임신 초기일 때 아이가 거꾸로 들어서 있다는 말에 걱정이 앞섰지만 산달이 가까워 오면서는 눕는 것도 앉아 있는 것도 힘이 들어 빨리 낳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다. 홍콩에 있는 남편은 출산이 임박해서는 한국에 들어와 그녀의 곁을 지켰다.

“임신 내내 조심하느라 운동을 멀리했더니 몸무게가 무려 18kg이나 늘었어요. 물론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은 제 입도 문제였지만요. 임신 내내 고기와 중식이 당겨서 엄청 먹었거든요. 수박도 많이 먹었는데, 이상하게 철이 오기 전 비쌀 때만 당기더군요(웃음). 임산부의 특권이지만 조금 찔렸어요. 몸무게는 출산 후 조금 빠지긴 했지만 아직 멀었어요. 모유 수유를 하느라 하루에 세네 끼씩 먹다 보니 살이 빠질 틈이 없거든요. 3개월 안에 차차 빼려고 마음만 먹고 있습니다. 마음만이요….”

출산 시 역아(임신부의 배 속에 거꾸로 위치해 있는 아기)여서 제왕 절개 수술을 한 그녀는 “그래도 (수술하는) 날짜가 지정돼 있는 덕분에 가족 모두가 ‘미니범’ 탄생의 감격스런 순간을 함께할 수 있었다”며 만족해했다. 또 “출산 때 남편이 처음부터 옆에 있어줘서 여러모로 편했고, 친정과 시댁 식구들이 함께해 첫 출산임에도 두렵지 않았다”고 전했다.

워낙 똑소리 나는 살림꾼인 데다 파워 블로거로 활동한 전력이 있어 육아 공부도 제대로 했을 법한 그녀. 기자의 예상 같으면 좋으련만, 책으로 배운 육아는 현실에서 ‘멘붕’만 가져왔단다. 육아에서만큼은 이론과 실전이 절대 같을 수 없다는 만고의 진리를 깨달았다. 대신 출산 준비는 제법 해놓았다. 어렵게 가진 아이라 지인들로부터 축하 선물이 쏟아져 웬만한 유아용품은 다 구비돼 있다. 임신한 몸으로 홍콩행 비행기도 탔다. 현재 홍콩에서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터라, 미리 아기 방을 꾸며놓아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아서였다.

위험한 취미가 아니라면 임신기라고 해서 엄마의 재미를 포기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추리소설에 심취해 있는 동안 시간이 잘 간다는 장점도 있고요. 사건 해결 과정에서 느끼는 짜릿함도 임신 중 우울함을 상쇄시키는 데 좋았어요. OCTOBER 2014산후 조리원에서 지내고 있는 지금도 그녀는 다른 산모들과 육아 정보를 공유하며 알아가는 것이 많다. 그래서 미처 준비하지 못한 용품들을 급하게 인터넷으로 주문 중이다. 조리원에서 인터넷 쇼핑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귀엽기 그지없다. 초보 엄마이기에 가능한 풍경일 것이다. 하루는 친정엄마가 “무슨 택배가 이렇게 많이 오냐”며 “그만 주문하라”고 언질을 줬단다. 친정엄마의 눈에 그녀는 여전히 애 같은 딸이다.

“산후 조리원에서 나가면 친정에서 한 달 정도 머물 예정이라 택배 수신 주소를 전부 친정집으로 해놓았거든요. 친정엄마가 (주문한 물건만 보면) ‘아이까지 맡기고 갈 태세’라고 우스갯소리를 하실 정도예요(웃음). 이제 물품은 주문 그만하고 육아 일기를 좀 쓰고 싶은데 시간적인 여유가 없네요. 임신 전에는 블로그에 그렇게 집착했었는데 지금은 확인조차 못 하고 있거든요. 블로그를 하게 되더라도 아기 사진만 올리게 될 것 같네요(웃음).”

아픈 만큼 성숙해진 부부

결혼 후 6년 동안 부부 사이에 아이는 없었지만 그만큼 둘만의 시간은 길었다. (2011년 쌍둥이 유산으로 인해) 힘든 일도 겪어서인지 지금의 행복이 더 크게 느껴진다. 고맙고 감사하다.

“먼저 결혼한 선배 맘들이 말하기를, 아이 없을 때 실컷 놀라고 하더라고요. 아이는 또 생기지만 부부의 신혼과 추억은 훗날이 없다면서요. 저희는 정말 그랬던 것 같아요. 둘만의 시간을 많이 가졌고 여행도 자주 다녔어요. 그만큼 서로에 대한 이해가 많이 깊어지고 사랑도 커진 것 같아요. 둘 다 나이가 어느 정도 들고 나서 아이가 태어나니 더 소중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고요. 체력이 조금 문제지만요(웃음).”

남편은 그녀를 가장 많이 웃게 하는 사람이다. 일부러 웃기지 않아도 웃음짓게 만드는 사람이다.
“남편의 유머 코드가 저와 잘 맞아요. 임신 기간 동안 조심하느라 친정에만 있으려니 지루하고 우울해질 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기가 막히게 타이밍을 맞춰서 전화를 하더라고요. 그때 정말 고마웠어요. 뭐든지 타이밍이 중요한데, 그런 부분에서 남편과 저는 죽이 참 잘 맞아요. 역시 내 남편이구나 싶죠.”

남편은 그녀의 든든한 버팀목이기도 하다. 좋은 남자인 줄은 진작 알았지만 이토록 훌륭한 남편인 줄은 몰랐다. 두 사람의 사랑은 비 온 뒤에 더욱 굳어졌다. 사람 사는 데 어찌 탈이 없을 수 있겠느냐마는, 그때마다 남편은 우울해하고 힘들어하는 아내를 품었다. 나무처럼 그림자처럼 늘 곁에 있어주는 남편이 있어 행복하다.

“제가 남편에게 항상 강조하는 말이 있어요. 아이가 태어나도 제가 1등이어야 한다는 거죠. 저 역시 아이보다 남편을 우선순위에 둘 거고요. 서로에게 그런 마음을 계속 가졌으면 좋겠어요. 육아에 치이다 보면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부부만의 시간을 갖자는 약속만큼은 꼭 지키려고 해요. 어떤 엄마가 되고 싶으냐고요? 남편을 존경하는 엄마요. 닭살인가요?(웃음)”

그녀는 당분간은 엄마 역할에 충실할 계획이다. 마음 같아선 연말쯤 일을 다시 시작하고 싶지만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지금은 눈만 뜨면 아이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그녀. 아이가 웃으면 그녀의 얼굴에도 활짝 웃음꽃이 핀다. 재미 교포인 남편은 홍콩과 한국 양쪽의 문화 중 아이가 좋은 것만 취하면서 자라길 바라고, 아내는 거기에 덧붙여 그녀가 좋아하는 이상형의 남자로 자라주기를 소망한다. 신뢰를 주는, 그녀 인생에 또 한 명의 이상형의 남자로 말이다. 앞으로 좌충우돌하며 복닥복닥 살게 될 그녀의 가족을 응원한다.

글 정은혜 여성중앙 기자, 사진=중앙포토, 강수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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