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저로 파리 '원격조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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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레이저로 초파리를 원격조종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예일대 세포생물학과 제로 미센복 교수가 의학전문지 '세포' 최신호(4월 7일자)에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고 AP통신 등이 10일 보도했다. 실험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파리의 특정한 신경세포군에 스위치를 장착한 다음 이뤄졌다. 스위치는 빛을 받으면 자신이 부착돼 있는 신경세포의 행동을 유발하는 광수용체다.

레이저로 특정 신경세포(뉴런)를 자극하면 파리가 걷거나 날개를 퍼덕이거나 날게 만들 수 있었다. 심지어 머리가 없는 파리도 날게 할 수 있었다. 레이저를 조절하기에 따라서는 파리의 행동 강도와 비행 방향까지 다르게 조종할 수 있었다. 미센복 교수는 이 결과에 대해 "특정 신경세포와 특정한 행동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연구가 발전하면 인간의 정신질환이나 폭식.폭력성 등을 유발하는 신경세포의 활동도 규명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앞으로 인간의 뇌 기능도 조종할 수 있을 가능성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래에는 사고나 질환을 당했을 경우 신체의 기능을 회복하거나 원격조종하는 일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 자극이 근육을 움직이게 한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연구는 그동안 전기로는 자극할 수 없었던 신경세포들을 레이저를 이용해 직접적인 신체 침입 행동 없이 자극한다는 점이 다르다. 미센복 교수는 "앞으로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특정한 행동을 불러일으키는 신경세포의 활동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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