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쐬듯" 국감 현장시찰 작년 23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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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국정감사 기간 중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현장시찰' 명목으로 강원도 인제군의 대암산 용(龍)늪을 찾았다. 1997년 국내 최초로 습지보호를 위한 람사르 국제협약의 보호지역으로 등록됐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와관련, 환노위 관계자는 9일 “말이 시찰이지 솔직히 그냥 바람쐬러 간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 국회 행정안전위원들은 전남도청에서 진행한 오후 국정감사에 1시간 이상 단체지각을 했다. 도청과 지방경찰청 간부 전원이 국감장에 대기하고 있었지만 의원들은 점심 식사후 전남 여수엑스포 현장을 느긋이 현장시찰 명목으로 둘러본 뒤 국감장에 도착했다.

국감 기간 중 관례적으로 진행해온 현장시찰이 내실은 없고, 피감기관에 부담만 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감 행태를 분석해온 '바른사회시민회의'에 따르면 지난해 국감 때 12개 상임위가 31곳의 현장시찰을 했다. 특히 국방위원회는 13일의 국감기간 중 4일을, 농림해양수산식품위원회는 12일 중 4일을 현장시찰에 썼다. 실제 국감 질의를 한 날은 평균 10일 정도다.

올해도 7개 상임위가 18곳을 시찰한다는 계획이다. 복지위의 경우 한때 장소도 정하지 않고 무조건 현장시찰을 한다고 날짜만 잡아놓기도 했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질의가 하루만 줄어도 의원이나 보좌관이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며 "그래서 국감일정에 현장시찰을 끼워넣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차피 준비된 시나리오대로 하는 현장시찰은 요식행위 아니냐"며 "제대로 하려면 갑자기 현장을 찾아가야한다”고 말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대부분의 현장시찰이 장소섭외·식사장소 등을 마련해야하는 피감기관엔 큰 부담"이라며 "꼭 필요한 현장시찰은 국감전에 완료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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